[목회의 블루오션 특수 목회] 정창선 목사 “장애인 특수목회,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도와야”

입력 2013-06-14 17:22


“장애인들을 별도의 시설에 모아놓고 숙식을 지원하는 수준의 특수목회는 피해야 합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장애인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목회가 필요합니다.”

시각장애 1급인 정창선(50) 목사가 시무하는 서울 신길6동 새하늘교회에선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30여명이 예배를 드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성경말씀을 나누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정 목사는 14일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성경말씀을 강조했다.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면서 장애인은 새로운 비전을 세울 수 있고 비장애인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정 목사는 복음뿐 아니라 문학작품을 설명해준다. “설교하면서 성경적인 가치관을 잘 표현한 시나 소설을 읽어주면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어요. 문학작품을 감상하면서 장애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지 않고 몸이 불편한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정 목사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복지관이나 교회에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교실과 문예창작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아빠의 선물’이라는 동시집을 내기도 했다. 점자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문학작품을 점자 프린터로 인쇄해 강의하고 시각장애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 목사는 1997년 12월 서울 대방동에서 교회를 개척했고 세 차례 이사를 다니다가 신길6동의 한 건물 3층에 약 66㎡(20평) 면적의 예배당을 마련했다. 예배당을 구하지 못했을 땐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등지를 전전하며 ‘야외 예배’를 드렸다.

그는 당시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도회에 더 이상 참석하지 못하게 된 시각장애인이 10여명이나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2010년 9월 월세를 낼 수 없는 형편이 돼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을 때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특히 장애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교회라며 건물주들이 세를 놓지 않으려고 해서 애를 먹었습니다.”

정 목사는 5세 때 시력을 잃었다. 병원에서도 그 이유를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물리치료실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1980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계복음화대성회에서 감동을 받아 목회자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지난 4월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분야’ 장애인 당사자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