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한 사람의 힘

입력 2013-06-14 17:07

“아, 교수님. 아무래도 하나님 나라는 오지 않을 것만 같은데… 어쩌죠?” 경쾌한 카톡 알림음과 함께 도착한 메시지였습니다. 보낸 학생의 삶을 알지 못했다면 뜬금없었을 내용이었지만, 단박에 느낌이 전해져 왔죠. 신앙이나 삶에 있어 어느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니까요.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면서 공부하고 기독교 청년단체의 리더로 활동하는… 이미 그걸로도 버거운 일상일터인데 주1회 참여하는 노숙인 밥차 봉사에 한 번도 거른 적이 없고 저와 함께하는 성경공부에도 열심인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하루의 한복판에서 비명처럼 외친 겁니다. ‘아무래도 하나님 나라가 오지 않을 것만 같다’고.

불신앙이나 부족한 믿음 탓은 아니었을 겁니다. 배운 대로 믿는 대로 하루하루를 신앙인의 참여적 자세로 살아가던 한 중간에, 아마도 자기 한 사람의 힘이 너무나 미력함을 깨닫게 만든 사건이 있었겠죠. 이 세상의 질서와 논리를 알기에 자세한 이야기는 묻지 않았습니다. 다만 선생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조언으로 다독였을 뿐. “수빈아, 네가 멈추지 않는다면 적어도 너의 몫만큼은 그 나라가 조금 더 넓어지지 않겠니?”

실은 저 자신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세상법칙과 다르게 사는 일이 쉽지 않아 지친 마음을 들킬세라 머뭇거리는 사이, 제자는 불끈불끈 힘나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카톡으로 보내며 또 하루를 용감하게 살겠다고 합니다. ‘귀요미’ 이모티콘을 보면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이 부족한 선생의 말에도 저리 용기를 얻는데,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삶을 멈추지 않으셨던 예수를 한 분 스승으로 삼은 나는 어찌 흔들리는지. 사람을 도구화하고 생명을 기능으로 보는 이 ‘반(反)하나님적’인 세상에서 ‘대안(代案)’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고 싶습니다. 산신앙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이룰 큰 나라를 기대하고 기다리며….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