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직계 4代 제자’ 카자흐 한인 작곡가 정추 선생 별세

입력 2013-06-13 21:57

질곡의 세월로 점철된 우리 현대사와 궤적을 함께한 카자흐스탄 국적의 한인 작곡가 정추 선생이 13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별세했다. 향년 90세.

광주 출신인 고인은 23년간은 남한 국민으로, 13년간은 북한 인민으로, 17년간은 무국적자로, 16년간은 옛 소련 공민으로 살았을 만큼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냈다. 고인은 광복 이후 남한에 친일파가 득세하자 1946년 형인 정춘재 감독을 따라 월북한 뒤 평양음대 교수로 일하며 정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의 음악을 만들었다.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아 1953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대로 유학한 그는 1958년 당시 소련에 유학 중이던 북한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일성 독재체제를 비판하고 김일성 우상화를 반대하는 운동을 주동하다 북한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차이콥스키의 직계 4대 제자로 알려진 그는 차이콥스키 음대 졸업 작품인 ‘조국’으로 유례없이 심사위원 만점을 받는 등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