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국민투표 도박’
입력 2013-06-13 19:27 수정 2013-06-13 22:05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반정부 시위 13일째인 12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반정부 세력에 대한 정치적 도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미국 정부는 중동 지역에서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 터키의 소요 사태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수도 앙카라의 정의개발당(AKP) 당사에서 시위대 일부와 간담회를 갖고 이스탄불 게지 공원 재개발 계획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총리와 만난 시위대는 대학생, 교수, 건축가, 영화감독 등 11명이다. 그는 국민투표를 제안한 다음날 “24시간 내에 게지 공원을 청소할 것이다. 부모들은 공원에 있는 자녀들을 데려가라”며 시위대 해산을 압박했다.
그러나 게지 공원 점령 시위를 주도한 탁심연대는 “총리가 만난 그룹은 시위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시위대 수천명은 국민투표 제안에도 탁심 광장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다만 새벽에 경찰과 격렬 대치했던 것과 달리 오후 들어 다소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국은 터키의 반정부 시위 확산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워싱턴DC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에르도안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이라크 안정화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시리아 사태에 대한 공조 요청을 한 직후에 벌어진 사태라 더욱 조심스럽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직접적 비판을 자제하는 대신 “과잉 진압을 우려하고 있다”는 선에서 얼버무렸다. 이는 협력 관계였던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미온적 반응을 보이던 백악관이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시위가 전역으로 확대되자 우려를 표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AP는 분석했다. 두 정상은 전화 통화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따로 회담을 갖는 등 긴밀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