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리도 美해킹 피해자… 고맙다 스노든”
입력 2013-06-13 19:25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지난 2009년부터 중국과 홍콩의 표적 수백 건에 대해 해킹을 해왔다.”
에드워드 스노든(29)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비밀리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처럼 폭로하고 나서면서 미·중 양국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스노든은 나아가 “홍콩을 떠날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홍콩 법정에서 미국 정부와 싸우기로 했다”며 “홍콩의 ‘법에 의한 지배’를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노든 신병 처리 문제도 홍콩을 포함한 중국과 미국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3일 “중국 정부가 ‘중국도 해킹의 피해자’라면서 ‘중국 인터넷에 대한 공격은 대부분 미국에 의해 자행됐다’고 밝혀온 게 사실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특히 “지난 1997년 NSA 내에 만들어진 ‘특수목적접근작전실(TAO)’이라는 비밀 해킹조직이 지난 15년 동안 중국 정보시스템에 침투해 중국 국내 정보를 빼내 갔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를 인용해 전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직접 거론하기 부담스러운 현안에 대해 환구시보가 중국 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그러나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이날 스노든의 SCMP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해킹 자행 부분은 제외시켰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스노든 케이스’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스노든 처리 문제는 홍콩 법체계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스노든은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자신을 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홍콩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입법의원, 법률 전문가, 사회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스노든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 친중국 입법의원은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15일에는 프리랜서 기자들을 지원하는 웹사이트 ‘홍콩독립매체’가 ‘스노든 지지 홍콩인 대행진’을 열기로 했다.
문제는 중국이 이번 사건에 어떻게 다루느냐다. 홍콩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범죄인 인도조약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정치적 성격을 띤 범죄 혐의자의 경우 그를 본국으로 송환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법원이 해당 혐의자를 본국으로 보내도록 판결하면 행정장관의 승인을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무엇보다도 국방이나 외교상 국익에 심각한 영향을 줄 때는 중국 정부가 범죄인 처리와 관련해 홍콩 행정장관에게 특별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당장은 ‘스노든 케이스’라는 수렁에 발을 넣지 않겠지만 상황 진전에 따라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를 대미 관계에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