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 뽑기 나선 정부… 납품단가 후려치기 봉쇄
입력 2013-06-13 19:16
정부가 중소기업의 대표적 ‘손톱 밑 가시’로 지목된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활성화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TV홈쇼핑의 주요 시간대에 중소기업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공공부문에서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비용을 상향 조정한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부당 단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부당 단가인하는 개별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협하는 중대 위법행위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법 위반 행위는 예외 없이 제재하겠다”며 “규제뿐 아니라 중소기업 경영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정책의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공정한 게임의 룰’ 세운다=정부는 부당 단가인하와 관련된 처벌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정당한 경쟁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는 경제민주화의 원칙을 뿌리째 흔든다는 판단에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극 활용하고, 법인뿐 아니라 부당 단가인하에 개입한 경영진 개인에 대해서도 고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상습적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는 공공구매 입찰 자격을 제한키로 했다. 공공부문 입찰 제한 점수를 10점에서 5점으로, 영업정지 요청이 가능한 벌점 점수도 15점에서 10점으로 각각 낮추는 등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바꾼다.
납품단가와 관련된 감시망도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납품단가 결정 단계에서부터 협상, 합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거래기록을 남기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대금지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대금이 2·3차 협력사까지 잘 지급됐는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공공부문의 불공정행위로 지적된 소프트웨어 분야도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내년에는 도입가 대비 10%까지 올린다. 이어 2017년까지 15% 수준으로 단계 인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원사업자의 경우 유지보수 비용이 도입가의 8%, 하도급업체는 2∼3%에 불과해 인건비도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소기업 자생력 확대에 초점=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중소기업의 ‘홀로서기’를 돕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공정경쟁의 틀 짜기에만 몰두하지 않고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TV홈쇼핑을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시청자가 몰리는 프라임 시간대에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을 기존 55%에서 58%로 늘린다. 중소기업 제품 관련 무료 방송을 올해 80개에서 2015년에 120개로 늘려 방송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또 정부는 TV홈쇼핑회사들이 운영하는 상생펀드를 올해 760억원에서 내년에 21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시중금리보다 1.8∼5% 포인트 낮춘 금리에 돈을 빌려줄 계획이다. 대기업과 협력사가 공정개선, 신기술 개발 결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도를 1차 협력사에서 2·3차 협력사로 확대한다.
정부는 대기업에 동반성장 시스템을 확대하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부당하게 단가를 낮춘 임직원이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할 때 납품단가 조정실적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