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한국전쟁 전후 발표 산문 4편 발굴
입력 2013-06-13 19:12
문예지 ‘문학의 오늘’ 2013년 여름호는 소설가 황순원(1915∼2000·사진)이 한국전쟁 발발을 전후해 발표한 산문 4편을 발굴해 공개했다.
황순원기념사업회가 문헌자료수집가 문승묵씨의 도움을 받아 발굴한 산문은 ‘국도신문’ 1950년 1월 8일자에 실린 콩트 ‘눈’, ‘사정보’ 1951년 3월 30일자와 4월 9일자에 연재한 단편소설 ‘양말’, ‘조선일보’ 1968년 1월 30일자와 1970년 6월 30일자에 각각 실린 수필 ‘아름다운 늙음’과 주제발표문 ‘한국문학에 있어서의 해학의 특성’ 등이다.
콩트 ‘눈’과 단편 ‘양말’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몇 달 전 어느 산촌의 폭설 이야기와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부부의 양말 구매 이야기이다. “밖에 나갔던 사원 하나가 올라오더니 테불(테이블) 위에 양말 한 보자기 끌러 놓는다. 서너 타는 족히 되겠다. 누구 아는 친구한테서 생산자 가격으로 구해 왔으니 소용되는 사람끼리 나눠 신자는 것이다.”(‘양말’에서)
주인공은 그런 양말을 보면서 아내의 떨어진 버선을 생각하며 한 켤레를 사다주지만 아내는 자신의 맨발을 그대로 두고 그 양말을 일선 장병의 위문품으로 보낸다. 황순원의 제자인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양말’에 대해 “이 작품을 발표할 당시 황순원은 부산의 피란학교 교사로 나가야 했고 부인과 아이들은 가두에서 신문과 껌을 팔아야 했다”며 “그런 척박한 시절을 보낸 시기임에도 황순원의 변함없는 순문학적 근본주의가 잠복해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수필 ‘아름다운 늙음’은 작가 자신이 ‘남자는 늙어가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담겨져 있다. 주제발표문 ‘한국문학에 있어서의 해학의 특성’은 1970년 6월 국제펜클럽 제37차 서울대회에서 한국대표로 발표한 발제문 요약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