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철 감독,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크린 독점 쓴소리

입력 2013-06-13 19:12

영화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 등을 연출한 정윤철(42) 감독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스크린 독점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정 감독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은밀하게…’ 따위(?)가 1300개를 까면 장차 ‘미스터 고’나 ‘설국열차’처럼 수백억이 들어간 대작들은 과연 몇 개의 극장을 먹어치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앞으로 될 성 싶은 영화들은 아예 한 달쯤 전세를 내서 대한민국 전체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어떨까”라며 스크린 독점 관행을 비판했다.

개봉 8일 만인 12일 현재 4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흥행몰이 중인 배우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첫 주말(8일) 1341개 관에서 상영되고, 12일에도 1023개 관에서 올려졌다.

정 감독은 이를 최근 한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갑을 논쟁’에 비유했다. 그는 “두어 달이 멀다 하고 단 한 편의 영화가 공포의 슈퍼갑이 돼 다른 영화들의 극장을 빼앗고 왕따시키며 퐁당퐁당 교차 상영 신세로 전락시키는 모습은 한국 사회 곳곳의 병폐와 너무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똑같이 고생해 만든 다른 좋은 영화들을 순식간에 불쌍한 을로, 아니 심지어 병과 정이 되게 만드는 꼴을 보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며 “피해를 본 영화의 감독과 스태프, 배우, 제작사의 심정은 아마 학교에서 두들겨 맞는 힘없는 자식새끼를 보는 가슴 찢어짐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이언맨’은 할리우드 영화라 맞아도 어쩔 수 없다 치지만 같은 나라, 업계의 영화에 얻어터지는 건 몇 배 더 아프다”며 “한국 영화계는 할리우드 영화에 저항하던 스크린 쿼터 투쟁의 강력한 에너지를 이제 산업 내부로 돌려 새롭고 정의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