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北 압박’ 위한 ‘中 카드’ 얻기 구상

입력 2013-06-13 19:03 수정 2013-06-13 22:23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면서 27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북한이 돌연 우리 정부의 당국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는 중국의 압박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중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끌어내고, 한·중 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과시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미 지난달 우리 대북기조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낸 상황에서 중국의 전폭적인 협조까지 얻어낸다면 그 자체로 북한의 변화를 압박하고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한·미·중 3각 공조체제를 공고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 현재의 강대강(强對强) 구도를 유지하다 박 대통령의 방중이 임박한 시점에 다시 유화 제스처를 보내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13일에도 공식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초 12일부터 이틀간 당국회담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일정을 따로 계획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회담 무산 이후 북한의 동향 및 의도, 향후 남북관계 방향 등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성이 커진 중국 방문을 준비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개적으로 기대감을 피력했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지만 박 대통령의 반응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심기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최근 분위기를 굳이 표현하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담담하다’는 것”이라며 “당 대표 시절부터 대통령은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침착하고 냉철하게 사태를 본다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한편 청와대 안팎에서는 최근 남북당국회담 무산 전후로 ‘회담의 급을 국제 스탠더드(기준)에 맞추는 것은 기본자세’ ‘회담 무산에 대한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던 입장이 크게 주목받자 당황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통일부와 이견이 노출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안보정국에서 ‘원 보이스’ 기조를 강조했던 청와대가 북한을 상대로 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면서다. 회담 무산에 대한 양비론을 비판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양비론에 대해선) 두 번 세 번 설명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누구든 일반적으로 상식적으로 보고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지금까지 남북회담이 이렇게 급이 다르게 운영돼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