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투혼’ 벤 호건 떠올린 우즈… US오픈 탈환 강한 집착
입력 2013-06-13 18:40
13일 밤(한국시간) 개막된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US오픈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37·미국)에겐 이번 대회가 각별한 의미로 남을 듯 하다.
대회가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 골프장은 1950년 US오픈에서 벤 호건이 우즈와 같은 37세로 우승한 곳이다. 호건은 당시 대회 16개월전 아내와 함께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했다. 호건은 위기의 순간에도 아내를 보호하느라 중상을 감수했다. 의사는 선수생활은커녕 정상적인 생활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지만 호건은 다리를 절며 출전을 강행했다.
호건은 마지막 18번홀에서 1번 아이언으로 온그린에 성공한 뒤 파를 잡아 선두와 극적인 동타를 이룬 뒤 다음날 18홀 연장전끝에 우승했다. 당시 1번 아이언샷은 라이프지 사진기자에 의해 포착돼 미국 골프사의 중요 기록물로 남아 있다. 호건은 이후 1953년 3차례를 포함해 6차례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며 전설로 남았다. 37세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그처럼 많은 승리를 가져간 선수는 없다. 1997년 세상을 떠난 호건은 메이저 9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64승을 올렸다. 그는 투어 최다승의 샘 스니드(82승)나 메이저 최다승의 잭 니클라우스(18승)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로 가장 존경받는 골퍼가 됐다.
역경의 성격은 다르지만 우즈 또한 수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올해 ‘골프 황제’ 자리를 되찾았다. 2008년 US오픈에서 우승할 때는 무릎수술 여파로 다리를 절며 승리를 쟁취했었다. 당시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와의 18홀 연장전도 모자라 서든데스까지 ‘91홀 사투’ 끝에 승리를 얻었다. 당시 메이저 14승째를 올린 뒤 5년째 메이저 승리가 없는 우즈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달성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우즈에겐 호건이란 훌륭한 롤 모델이 있다. 우즈는 대회를 앞두고 당시 호건의 1번 아이언샷과 우승을 언급하며 “그가 교통사고를 겪은 후 18홀 연장전까지 치러 정상에 오른 것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투혼을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