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안타 맞으며 꿋꿋이 퀄리티스타트… 류현진 불펜난조로 7승 불발
입력 2013-06-13 18:39
“류현진은 환상적인(fantastic) 육상선수였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애리조나의 경기. 이날 경기는 시즌 7승을 노리는 류현진과 9승 무패로 내셔널리그 최다승에 빛나는 패트릭 코빈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요즘 타격감 좋은 ‘쿠바 특급’ 야시엘 푸이그가 어깨통증으로 빠진 다저스 타선은 예상대로 초반 코빈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4회까지 2안타에 묶이는 등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시원한 방망이로 공격의 물꼬를 튼 선수는 바로 ‘베이비 류스’ 류현진이었다. 9번 타자 류현진은 1-3으로 뒤지던 5회 2사 2루에서 코빈의 4구째 시속 150㎞짜리 빠른 공을 밀어쳤다. 단타성 타구였으나 이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려던 애리조나 우익수 파라가 공을 놓쳐 뒤로 흘리면서 류현진은 3루까지 내달렸다. 글러브를 맞지 않았다고 판단한 공식 기록원은 이를 3루타로 기록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계열의 다저스 페이지 ‘Lasorda's Lair’는 류현진의 3루타와 득점 장면을 인상 깊게 전했다. 기사를 작성한 스태이시 윌러는 “이 큰 한국인 투수가 3루타를 기록했다. 류현진이 뛰는 모습은 놀라웠다(amazing)”라며 “그는 환상적인 육상선수였다”라고 표현했다.
전날까지 올 시즌 내셔널리그에서 3루타를 친 투수는 트레버 케이힐(애리조나), 카일 캔드릭(필라델피아), 마이크 리크(신시내티) 등 3명밖에 없었다. 또 한국인 투수 가운데 3루타를 친 것은 박찬호 이후 류현진이 두 번째다.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뛰던 1998년 4월 1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메이저리그 유일한 3루타를 쳤다. 15년 만에 류현진이 3루타를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류현진은 또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다 피안타를 맞았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뽐내며 시즌 10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시즌 13번째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11피안타로 한 경기 최다 안타(종전 10안타)를 얻어맞았다.
초반에 제구가 뜻대로 안되는 바람에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 고전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4회에 연속 4안타를 맞으며 3점을 내주긴 했지만 1회(투수 앞 병살), 2회(2루수 병살), 4회(1루수 병살), 7회(3루수 병살) 등 4차례나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장타 없이 단타에 그쳤으나 안타를 11개나 맞고도 3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한 배경에는 바로 병살 유도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병살 4개는 구단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이날 6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1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가 4-3으로 앞선 7회초 수비 때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크리스 위스로가 바로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리를 날렸다. 다저스는 결국 연장 승부 끝에 12회에 4점을 내주고 6대 8로 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