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통과”“저지”… 두 ‘모피아’ 다른 출근길
입력 2013-06-13 18:35 수정 2013-06-13 22:05
차관 출신의 두 모피아(재무부의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같은 듯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던 임종룡 NH금융그룹 신임 회장은 특별한 충돌 없이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반면 옛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1주일이 넘도록 사무실에 출근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KB금융 회장으로 확정된 임 내정자는 13일까지 한 번도 사무실에 발을 내딛지 못했다. 임 내정자가 출근을 못하는 이유는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 앞에서 출근을 막고 있어서다. 임 내정자가 몇 차례 저지선을 뚫고 출근해보려 했지만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할 수 없이 인근 모처에서 간단한 업무만 처리하고 있다.
사실 임종룡 회장도 출근을 저지당할 수 있었다. 신동규 전임 회장 당시 전례가 있어서다. 당시 농협중앙회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며 신 전 회장의 출근을 이틀 동안 막았다.
하지만 임 회장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건 특유의 친화력과 소통능력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임 회장은 회장 내정 직후인 지난 7일 농협 노조를 찾아갔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농협금융이 처한 위기를 설명하며, 노조의 요구사항을 꼼꼼히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식이 열리기 직전에도 노조 사무실을 찾아 인사했다.
박병권 국민은행노조 위원장은 “임 내정자는 KB금융 사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노조와 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KB금융 관계자는 “사장 신분으로는 노조의 파트너로 대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제 막 회장 내정자로 확정된 만큼 앞으로 대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특히 노조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렇다고 금융그룹 회장이 노조에 지나치게 끌려갈 필요는 없다. 다만 전체 조직을 위해서도 좀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