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탓” 北의 떠넘기기 전략… 정부 “악의적 왜곡” 일축

입력 2013-06-13 18:14 수정 2013-06-13 22:19


북한이 13일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에는 지난 9∼10일 판문점에서 열린 실무접촉 당시의 상황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실무접촉 과정을 일방적으로 오도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남북당국회담 무산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양측의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남북관계가 회담 추진 전보다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비서’ 두고 논란=북측은 “남측이 우리 당 중앙위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의 이름을 합의서 초안에 북측대표단 단장으로 박아 넣었다”며 “심지어 (김 비서를) 개성공업지구 잠정중단 사태에까지 연결시키면서 심히 중상모독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합의서 초안에 통일전선부장이라는 직함만 넣었을 뿐 김양건이라는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으며 북측의 ‘김 비서 중상모략’ 주장도 악의적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책임과 권한을 지닌 북측 인사가 수석대표로 나올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4월 8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가 김 비서의 담화로 결정된 것을 예로 든 것뿐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당 중앙위 비서가 공식 당국대화 마당에 단장으로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북측 담화 내용에 대해선 1994년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에서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가 대표를 맡은 적이 있다고 예시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 측이 실무접촉 합의서 초안에 김 비서 실명을 쓰지 않았지만 통전부장이라는 직함을 넣었다는 점에서 우리 측 반박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조평통 ‘급’ 놓고 또 공방=담화는 “이번에 북남대화와 관련한 파격적인 중대입장을 천명한 것도 조평통 이름으로 된 특별담화문이고 지난 시기 북남관계와 조국통일문제와 관련한 모든 성명, 담화들도 조평통 명의로 발표됐다”며 “조평통 서기국은 명실공히 북남관계를 주관하고 통일사업을 전담한 공식기관”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조평통이 통전부의 외곽단체라 밝힌 것에 대한 맞대응인 셈이다.

담화는 “지난 시기 북남상급회담(남북장관급회담) 단장으로 내각책임참사 명의를 가진 조평통 서기국 1부국장을 내보냈다”며 “이번에는 남측 체면을 세워주느라 1부국장도 아닌 국장을 단장으로 했다”고 강변했다. 관행을 넘어선 파격조치라는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내각책임참사로 장관급회담에 참여했던 북측 단장 전금진, 김령성, 권호웅의 직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통일부는 2001년 9월에서 2004년 2월까지 열린 5∼13차 장관급회담의 북측 단장을 지낸 김령성이 당시 조평통 서기국 1부국장이었던 것은 미리 파악했었다. 그러나 전금진(1∼4차 단장)과 권호웅(14∼21차 단장)의 직함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전금진은 장관급회담에 나서기 6년 전 노동당 통전부 부부장을 지냈고, 권호웅은 조평통 사무국장 출신이다.

◇북 대표단 출발 직전 회담 무산=담화에 따르면 북측 대표단은 판문점에서 남북이 연락관 접촉을 통해 명단을 교환한 지난 11일 오후 1시쯤 평양을 출발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담화는 “준비를 갖추고 평양을 출발하려던 차에 남측으로부터 이번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차관으로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고 했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 하루 전에 평양을 떠나 개성에서 하루 묵은 뒤 회담 당일인 12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서울에 입성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