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핫바지’ 입씨름… 强대强 지속될 듯
입력 2013-06-13 18:14 수정 2013-06-13 22:20
남북 양측이 당국회담 무산 이후 비난과 이에 대한 맞대응을 이어가면서 앞으로 당분간은 화해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양측은 감정 섞인 표현까지 써가며 회담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핫바지냐” vs “핫바지다”=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3일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통일부에 대해선 ‘아무 권한도 없는 꼭두각시, 핫바지에 불과하다’ ‘청와대가 대화를 하라면 하고 자르라고 하면 자르는 하수인’이라고 표현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북한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류 장관은 당시 “북한이 스멀스멀 들어와서 (개성공단)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수를) 쓰면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다. 조평통은 또 북측의 통일전선부장 지위에 대해서도 “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남측의) 장관 따위와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 역시 만만치 않다. 과거 21차례나 진행됐던 남북 장관급회담의 북측 수석대표 급을 거론하던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밤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회담 무산 직후 청와대의 중량급 인사가 이런 수위의 언급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측 협상과정 또 공개=북한이 지난 9일 실무접촉 협상과정을 상세히 공개한 것은 향후 협상에서도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협상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은 2년 전인 2011년 6월에도 남북 당국 간 비밀접촉을 폭로하며 남측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양보해 달라고 구걸했다”, “돈봉투를 거리낌 없이 내놓고 유혹하려다 망신을 당했다”고 주장했었다. 조평통은 특히 “북남당국회담에 털끝만한 미련도 없다”며 추후 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 북한은 전날에 이어 13일도 판문점 연락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판문점 연락채널도 이틀째 단절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일정기간이 지나면 대화 재개를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황 변화를 일으킬 동인(動因)이 마련된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대화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스스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는 의연하고 차분하게 가겠다. 북한이 준비되면 그 길로 들어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