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 ‘검은 목요일’… 美연준 비관론에 동반 폭락
입력 2013-06-13 18:06 수정 2013-06-13 23:03
선진국 중앙은행발(發) 양적완화 출구전략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궁지로 몰고 있다. 당장 13일 일본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가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진국 양적완화를 이끌어온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조차 채권시장 붕괴를 막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마저 일고 있어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아시아, ‘13일의 목요일’=아베노믹스로 최근 신흥국 금융시장 폭락의 단초를 제공한 일본의 도쿄 증시는 최근 3주 동안 롤러코스터 장을 연출하고 있다. 13일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전날보다 6.35%(843.94포인트) 폭락한 1만2445.38에 마감했다. 지난달 23일 7.32% 폭락 후 다시 오름세를 보이다 주저앉은 것이다. 단오절 휴무로 쉬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이날 개장하자마자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로 하락세를 거듭해 2.83% 떨어졌다. 홍콩 증시는 2.19% 빠졌다. 특히 일본의 제조업 공장역할을 하는 필리핀 증시는 6.75% 폭락했고 태국도 3.83% 떨어졌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4월 초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달러당 94엔대가 무너졌다. 연일 루피아 하락세에 시달렸던 인도네시아는 11일 은행 간 창구대출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으나 약발이 먹히지 않자 13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전날 환율 개입에 나선 인도 역시 재무장관이 이날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버냉키도 손 못 댄다”=이날 아시아의 패닉 증시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전날 우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김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에 순응한 통화정책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할 때, 시장이 받게 될 충격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양적완화의 연쇄효과와 개발원조에 미치는 파급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완화된 통화정책이 갑자기 중단되면 개발도상국들의 자본 접근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흥국에서 투자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의 온도를 나타내는 채권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짐 오닐은 12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매우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충격의 단초를 제공한 버냉키 Fed 의장도 채권시장의 붕괴를 저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흥시장 채권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경상적자가 많은 나라들이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톡먼은 WSJ에 오는 19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버냉키 의장의 입에 주목한다면서 “(현재의 상황이) ‘정상적인 동요’의 일부지만, 이것이 Fed를 잘못 움직이게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경제평론가 조 바이젠탈은 이날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이 요동친 원인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을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상향으로 예견되는 미 금리의 상승과 주택시장 회복이 이머징 마켓의 유동성을 재흡수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바이젠탈은 이와 함께 중국 경제의 둔화와 이에 따른 상품 및 원자재 시장의 동반 위축을 또 다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