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불모지서 ‘믿음의 부모’ 역할해준다… 미전도종족 선교 20주년 포럼

입력 2013-06-13 17:47


미전도종족 입양해 그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

인천 빛의교회(안기성 목사)가 필리핀 민다나오 섬 산골에 사는 빌라안 족의 존재를 알게 된 건 1994년, 교회를 개척한지 3년쯤 되던 해였다. 안 목사와 150여명의 성도들은 교회와 성경은커녕 복음을 들어본 적조차 없는 이 부족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로 했다. 복음을 전하고 현지인에 의해 현지교회가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인력과 재정 등 모든 지원을 펼치는, 이른바 ‘미전도 종족 입양’을 결정한 것이다.

5년 만인 1999년, 이 부족 마을에는 ‘뚜얀 빛의교회’가 생겼다. 빛의교회는 인도네시아 바두이·순다 종족에 이어 캄보디아의 브라오 종족 등 지금까지 5개 종족을 입양, 이들의 ‘믿음의 아버지’가 되어줬다.

미전도종족선교연대(UPMA·대표 정보애 선교사) 주최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부천 참빛교회(김윤하 목사)에서 열린 ‘미전도종족 선교 20주년 포럼’에서는 한국교회의 미전도종족 입양 사례가 소개됐다.

UPMA에 따르면 전 세계 1만6000여개 종족 가운데 미전도 종족은 6900여개로 약 43%선. 복음이 전무한 이들 종족에 교회와 목회자, 성도가 생기고 자립할 때까지 보살펴주는 것이 ‘미전도종족 입양’이다.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는 지난 17년 동안 중국 하니족 등 11개국 15개 종족을 입양했다. 온누리교회 김창옥 전도사는 “이들 지역에 100여명의 선교사가 파송돼 있다”면서 “교회 내 115개 공동체와 함께 현지 교회 사역자와 신학생들을 위해 장학사역과 문화교류, 가정교회 지원(중국) 등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울남교회(김영휘 목사)는 불교 전파의 주역이었던 미얀마 몬족을 입양, 10년째 돌보는 중이다. 미전도 종족 선교운동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1997년부터 위구르족 등 9개 종족을 입양해 꾸준히 섬겨오고 있다.

이들 교회가 미전도 종족을 입양해 섬기는 노하우도 눈길을 끌었다. 빛의교회 안기성 목사는 “훌륭한 현지인 평신도를 얻는 일은 안정적인 현지 선교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온누리 교회의 경우, 효과적인 입양사역을 위해 10여년 전부터 ‘책임 선교지·책임 선교사’제도를 비롯해 해외선교부 산하 ‘미전도종족 입양운동본부’를 설립·운영 중이다.

사랑의교회 한정훈 목사는 “지역교회의 미전도종족 입양 운동에 대한 중간 평가와 전문적인 지침이 여전히 미흡한 것 같다”면서 전문 선교기관의 조언과 피드백을 요청했다.

부천=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