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측의 당국회담 무산 설명 이해하기 어렵다

입력 2013-06-13 17:34

실무회담 더 열고 시급한 개성공단 문제는 실용적 접근해야

북한이 어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책임을 남쪽으로 떠넘겼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공개한 당국회담 준비 과정이 사실 왜곡이라며 대화에 다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 측 주장의 요지는 우리 측이 수석대표로 차관급을 고집해 회담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그간 남북 장관급 회담 단장으로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나서 우리 통일부 차관을 상대한 데 비해 이번에는 한 단계 높은 서기국장을 내세워 남한 당국의 체면을 세워주려 했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북측에 우리의 체면을 배려할 정도의 성의가 있었다면 왜 통일부 차관을 거부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 설명대로라면 회담 무산의 직접적 책임은 당초 개성공단 문제를 풀 책임 있는 당국자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요구하다 차관급으로 급을 낮춘 우리보다 북측에 더 있다. 격을 마지막까지 문제 삼은 것은 오히려 북측인 셈이기 때문이다.

북측은 또 통전부장이 대남 담당 비서를 겸하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중앙위원회 비서가 (남측) 행정부처 장관 따위와 대상도 되지 않는다”며 “북남대화 역사가 수십 년을 헤아리지만 당 중앙위 비서가 공식 당국대화 마당에 단장으로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4년 남북 정상회담 예비접촉 당시 우리 측에서 이홍구 부총리 겸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선 대남 담당 비서인 김용순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이 나선 전례가 있다.

북측이 “회담에 털끝만한 미련도 없다”고 밝힌 것은 유감이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외교적 사면초가를 모면하려는 임시방편이나 한반도 주변국의 반(反)북핵 공조를 약화시키려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과거의 잘못된 회담 형식을 고치겠다는 우리 정부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옳다. 과거 관행에 기대 상대의 요구를 무조건 무시하는 것은 대화의 기본 자세가 아니다. 무엇보다 상식에 맞지 않고 국제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회담 형식은 바로잡는 게 순서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대화할 의사가 있다면 실무회담을 더 열어 양측 간 이견을 보이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추가 실무회담에서는 수석대표의 급이나 1박2일의 짧은 일정 문제, 의제를 둘러싼 이견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남북 신뢰 형성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남북 당국은 시급한 개성공단 상황을 감안해 별도 실무자급 회담을 열 필요가 있다. 당국회담 무산 이후 개성공단 기업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이달 말까지 공단이 방치되면 기계의 70∼80%가 망가져 복구에 6개월 이상이 걸리고 장마로 인한 부식과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치 문제로 당국회담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고위 당국이 대좌해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고집 말고 개성공단의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긴급 사안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실용적 접근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