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수위 다다른 공기업 부채 방관할 텐가
입력 2013-06-13 17:32
이명박정부 4년 동안 주요 공기업 9곳의 부채가 156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2일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9곳의 부채가 2007년 말 127조9590억원에서 2011년 말 283조9148억원으로 121% 급증했다고 밝혔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영업한 것이 부채 급증의 원인이었다.
한전은 2008∼2011년 산업용 전기를 원가의 85.8%에 공급해 기업들로부터 5조원가량을 덜 걷었다.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경쟁력을 키워준다는 명목으로 밑지는 장사를 감수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1.94%에서 2011년 1.17%로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한전의 영업 행태는 개선돼야 마땅하다.
한전은 2011년 7월 연료비 인상분을 요금에 반영하는 전기요금 연동제를 도입하고도 시행하지 않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턱없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아까운 줄 모르고 산업용 전기를 펑펑 썼다. 이 때문에 한전의 경영난과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전력당국은 잘못된 전기요금 부과 체계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LH는 보금자리주택과 신도시 개발사업을 수행하면서 4년 동안 부채가 29조3000억원 늘었다. 감사대상 공기업 가운데 부채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국도 통행량 수요를 너무 많게 예측하고, 비효율 구간으로 밝혀진 도로 등을 건설하면서 부채 규모를 늘렸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수자원공사의 부채도 급증했다.
28개 공기업 부채는 2011년 말 32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6%, 국가 채무의 78%에 달하고 있다. 공기업 부채가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외국 신용평가기관들이 공기업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 국가신인도와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부채 총량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공기업들도 뼈를 깎는 자세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