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의 긍정적 가치… 그것이 창조의 힘
입력 2013-06-13 17:12
권태/ 몸문화연구소(자음과모음·1만3000원)
누구나 할 일이 없고 무료해서 죽을 지경이었던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집중해 관심을 갖거나 끝없이 미워하고 증오했던 것들이 무의미하고 남의 일 같던 느낌도 무엇인지 알 것이다. 우리는 인간적인 이런 상태를 ‘권태’라고 한다. 과연 이 권태라는 것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우리 삶에 자리하는 것일까?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만이 사유하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스스로 탐구하는 것이 바로 사유다. 그런 맥락에서 하이데거는 권태의 긍정적인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속수무책으로 자기 자신을 강요하는 시간의 끔찍한 권태로움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본래적 자아, 즉 사유를 통해서 인간적 자유를 되찾는 순간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손석춘 건국대 교수는 이 책에서 “권태의 망각은 즐거움의 중독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이루기 때문에 권태를 정면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창조적 열정으로 바꾸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에 몰입해 즐거움의 중독에 빠지기보다 책 한 권 들고 숲 속으로 여행을 떠나 권태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곧 창조의 힘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