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성장 배경은 뛰어난 민족의 덕성”
입력 2013-06-13 17:12
영국사/앙드레 모루아/김영사
16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의 변두리 국가에 불과했던 영국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세계를 주름잡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게 된다. 사람들은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렀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들은 오랜 기간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었다.
영국은 인류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을 숱하게 배출해낸 국가이기도 하다. ‘인도와도 바꿀 수 없는’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근대 과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1642∼1727) 등이 영국 출신이다. 이들 영국인이 남긴 유산은 세상이 진보하는 데 귀중한 밑거름이 됐다.
책은 프랑스 역사학자 앙드레 모루아(1885∼1967)가 기록한 영국에 대한 보고서이자 영국인에게 바치는 한 권의 헌사다. 20세기 역사서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한때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불렸던 모루아는 자국과 오랜 앙숙 관계인 영국을 심도 있게 분석해나간다.
우선 모루아가 집필에 나서게 된 계기는 이러하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으로 건너가 각계각층 인사들과 접촉하며 영국의 발전과정과 영국인들의 인간성이 프랑스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영국인에 대한 프랑스인의 비뚤어진 시각을 교정하기 위해 10년 넘게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서 회자되는 생동감 넘치는 역사서를 만들어냈다.
책은 영국의 기원과 백년전쟁, 장미전쟁, 정치제도 변화. 산업혁명 등 영국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 저자는 “영국의 역사는 인간의 가장 뛰어난 성공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영국인들을 “지속성과 순응성이라는 귀중한 두 가지 덕성을 갖춘 민족”이라고 정의한다.
모루아는 특히 프랑스에선 100년 넘는 시간 동안 많은 피를 흘린 끝에 일궈낼 수 있었던 의회민주주의가 영국에선 어떻게 평화적으로 이룩될 수 있었는지 분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산업혁명이 왜 영국에서 시작됐는지, 민주주의와 산업의 발전엔 서로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등도 다각도에서 들여다본다. 모루아의 해박한 인문학 지식은 역사서를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물론 영국이 일군 성공의 비결을 몇 단어로 요약하진 않는다. 하지만 책을 통해 영국의 2000년 역사와 영국 문화 속에 숨겨진 영국의 맨얼굴, 그리고 영국인들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다 보면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 지위를 잃지 않은 영국의 힘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신용석 옮김.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