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육국제화특구 "뜨거운 감자되나"
입력 2013-06-13 15:05
[쿠키 사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신학용(민주통합당 인천 계양구갑)의원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의 인천 계양구·서구 교육국제화특구 종합계획안의 세부내용을 공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인천 계양구·서구에 국제중은 설립하지 않기로 하되, 대신 국제화 자율학교를 최소 6개교에서 최대 10개교까지 지정할 계획이며, 2014년부터 4년간 총 208억원의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교육국제화특구 계획보다 약 11억원 증액된 금액이다.
향후 4년간 추진될 인천 계양구·서구 교육국제화특구 사업은 총 4개 분야(초중등교육 분야, 고등교육분야, 교육국제화 인프라, 사회적 배려대상자 분야)로 나뉜다.
우선 초중등교육 분야에서 행복한 국제화 자율학교 지정 사업(총 51억원), 서부국제교육지원센터 운영(총 20억원) 등이 예정되어 있고, 고등교육분야에서는 교육국제화 전담교원 양성사업(총 20억원)이 있다.
교육국제화 인프라 구축사업으로는 국제교육거점센터 운영(총 47억원) 국제문화정보센터 운영(9억8000만원) 등이 예정되어 있다. 사회적배려대상자 분야에서 취약계층 멘토링사업(20억5000만원) 및 이중언어 강사 양성과정(8억2000만원)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각 사업은 국비(일반 국비 80%, 특별교부금20%)와 지방비를 5대 5 비율의 매칭사업으로 추진된다. 인천 계양구·서구의 예산비율 역시 5대 5로 균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인천 계양구·서구 교육국제화특구 사업이 본격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확보를 위해 국비 20억4000만원을 본 예산에 편성할 계획이다.
이번 인천 계양구·서구 교육국제화특구 추진계획의 핵심사업인 ‘행복한 국제화 자율학교 지정·운영’ 계획은 설립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국제중학교 설립은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대신 특구 내 최소 6개교에서 10개교(초등학교 4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2곳)를 국제화 자율학교로 지정하여 운영하기로 했다.
국제화 자율학교란 기존 관내 학교들 중에서 신청을 받아 국제화 자율학교를 지정한 뒤 국제중·고교에 못지 않도록 외국어 교육 등 커리큘럼과 인프라를 강화하여 지역 내 명문학교로 육성하는 것을 말한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계양구·서구의 교육여건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의 핵심사업인 ‘교육국제화 인프라 분야’ 중 국제교육거점센터 사업에는 특색있는 사업들이 포진해 있다. 이 중에는 계양구 관내에 영어만화 도서관 및 Silver-Youth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영어만화도서관은 지난 수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들 중 상당수가 미국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는데 착안한 것으로, 각종 영어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어학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Silver-Youth 연계 프로그램이란 기본적인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은퇴자들이 재능기부나 실비 봉사를 통해 어린이들과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가르치도록 함으로써 노년층에는 일자리와 봉사의 장을 제공하고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저렴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세대간 소통의 창구가 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국제문화정보센터 사업에는 인천 계양구 서운동 서운도서관을 증축하여, 양질의 영어도서관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계획은 6월 말로 예정된 교육국제화 특구 심의위원회의 확정을 거쳐야 한다.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 확보만 제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봄부터 본격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인천 계양구·서구가 교육국제화특구로 선정되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 사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입시부정 등 비리로 논란이 많은 국제중학교는 인가 취소하는 방향으로 하되, 국제중 설립 대신 국제화 자율학교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17년부터는 인천 북부지역의 교육여건이 대폭 개선될 뿐 아니라 지역 내 신흥 명문학교들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교조 인천지부, 계양교육희망네트워크, 서구민중의 집, 서구 마을사람들, 계양생협, 교육협동조합 준비위원회, 평등교육을 위한 인천학부모회, 공무원노조계양지부 등으로 구성된 국제중 반대 대책위원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국제중이나 국제화 자율학교나 특권교육은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신학용 의원은 교육국제화특구사업 계획(안)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제중이 온 국민들의 지탄을 받자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최근 당정 협의를 갖고 입시비리 문제가 불거진 영훈중과 대원중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국제중 폐지 법안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 민주당 신학용의원은 교육국제화특구사업 계획(안)을 공개하였다. 국제중 대신 국제화 자율학교를 최소 6곳 이상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도대체 국제중과 국제화 자율학교는 무엇이 다른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들은 이어 “신학용 의원이 발표한 것에 대해 국제중을 반대했던 대책위나 교육시민단체들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과연 국제중이나 국제화 자율학교가 뭐가 다른가! 이미 실시되고 있는 자율학교는 거의 입시경쟁에 유리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입시교육기관으로 변질되었다. 영어 자율학교라고 하나 지금 대표적인 국제중 몇 개 때문에 초등학교 영어 사교육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국제중에 진학해 영어로 특화된 재능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특목고 등 입시명문고로 가는 통로로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어서 존재 의미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신학용 의원에게 국제중을 왜 반대했는지 아는지 묻고 싶다. 언론에 공표된 것 같이 국제중은 특권귀족학교였다. 연간 교육비가 영훈국제중이 1007만원, 대원국제중은 연간 1042만원에 달했고 정상적인 일반학교의 교육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했다. 국제중의 경우에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영어경시대회 실적 등의 입학전형은 1단계에서부터 정상적인 초등교육과정을 이수해서는 절대 합격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그 결과 서울에 국제중이 생기면서 초등학교 5, 6학년 평가체계가 변경되기에 이르렀다. 서울의 경우 고작 2개의 국제중이 550여개의 초등학교를 움직였던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그런데 왜 돈 있는 학부모들은 그토록 국제중에 집착했던가! 그것은 국제중이 향후 입시경쟁에 유리한 특권학교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 재정이 열악한 인천에서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공립에서 특권학교를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천의 북부지역은 서민들의 밀집지역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신흥명문학교가 아니라 지금 서울과 경기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서민형 혁신학교이다. 교육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평준화를 위협하는 교육국제화특구사업을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 커다른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