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10m짜리 노비 소송문서 공개… 두루마리 적힌 17세기 재판기록
입력 2013-06-12 19:26
1689년 겨울 황해도 해주에 사는 김순종은 아버지의 6대 외조부 노비 자손들을 남원에 사는 경주김씨 김이경이 함부로 소유했으니 이를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경기도 삭녕군(지금의 강원도 철원)에 제기했다. 이 소송은 1년에 걸친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이듬해 12월, 피고 김이경이 삭녕군에서 승소 판결을 받음으로써 마무리됐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국가문헌 확충사업 일환으로 경주김씨 가문의 노비 반환 소송과 관련된 10m짜리 문서(사진)를 입수해 12일 공개했다. 17세기 노비 소유권을 둘러싼 상황을 세밀히 묘사한 이 문서는 10m에 달하는 두루마리 종이 위에 빽빽하게 소송 관련 기록을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도서관은 17세기 초반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원 거주 경주김씨 양반 가문의 재산상속문서도 함께 공개했다. 판서를 세 번이나 역임한 김인손(1479∼1552) 사망 이후 자녀 1남3녀가 모여 부친의 노비를 나누면서 긴 두루마리 종이에 작성한 문서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등 전국에 산재한 노비 400여명의 명단이 수록돼 있다.
도서관은 이 재산상속문서에 수록한 노비 400여명은 도망한 노비를 기록해 둠으로써 향후 노비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증거를 남기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노비소송문서와 재산상속문서를 통해 17세기 경주김씨 가문의 노비 소유 규모와 재산 분포를 살필 수 있어 조선시대 사회사와 경제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