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이용한 역외탈세 뿌리 뽑는다
입력 2013-06-12 19:08
금융감독원과 은행이 불법 외환거래를 상시 감시하는 ‘촘촘한 그물’을 짰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탈세를 뿌리 뽑기 위해서다. 실시간으로 외환거래 정보를 주고받아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거액 외화반출 등 불법 행위를 세밀하게 잡아낼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달 초부터 상시 감시체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12일 밝혔다. 각 은행은 실시간으로 외환거래 관련 자료를 ‘관제탑’인 금감원에 보낸다. 금감원은 특이하거나 의심스러운 거래를 이 잡듯 뒤지는 기획·테마조사를 강화한다. 조사 결과 탈세와 비자금 조성이 의심되면 국세청에, 외환사기 의혹이 있으면 검찰에 곧바로 통보한다.
1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해외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 뒤 대규모로 외환을 반출하거나 외환거래 후 사후관리 의무를 두 번 이상 어기면 별도로 기획·테마조사에 들어간다. 외환사기 등 국민들의 주의가 필요할 경우에는 ‘불법 외환거래 주의보’도 발령하기로 했다. 소재 불명, 연락 두절 등으로 자료 제출이 어려운 거래 당사자는 특별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각 은행은 본점에 외환거래 처리 및 사후관리를 집중시켰다. 불법 외환거래 혐의자가 시중은행 외환창구에서 거래를 시도하면 ‘블랙리스트’가 자동으로 떠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외환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최근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탈세를 포함해 다양한 위반 사례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시 감시체계 가동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역외탈세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등 20여명에 대한 조사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금감원은 이들이 대부분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정보분석기구(FinCEN) 등과 자료를 공유하는 등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기관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보다 방대한 자료를 갖고 있다. 역외탈세와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