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 찾자”… 은행, IT·바이오에 눈길

입력 2013-06-12 19:08 수정 2013-06-12 22:45


외환은행은 지난 5일 790억5000만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최종 확정했다. 800억원에 육박하는 거금은 친환경발전소를 짓는 대구혁신도시 열병합발전사업에 들어간다.

외환은행은 이 발전소가 건설되면 부족한 전력 예비율을 높일 수 있어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이 사업에 590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시중은행의 눈이 예대마진에서 ‘투자’로 향하고 있다. 친환경·부동산·IT·바이오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장기 불황에 전통적 돈벌이인 예금·대출로 먹고살기가 어려워지자 투자은행(IB)으로 변신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 들어 특허·실용신안·저작권 등 지적재산권(IP) 보유 기업에 직접 투자한 돈이 251억원이라고 12일 밝혔다.

기업은행이 올해 목표로 잡은 투자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한다. 돈 보따리를 들고 기존에 주로 투자하던 부동산은 물론 소규모 사업으로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외환은행은 윤용로 행장 취임 이후 ‘IB 부활’을 선언했다. 지난해 7월 IB본부를 신설하고 본부 산하에 부동산금융부까지 추가했다. IB담당 직원 인원도 60명으로 대폭 늘렸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부터 부동산연구팀을 만들어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망을 고객에게 제공할 뿐 아니라 은행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IB부문의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본다. 예전과 같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에서 이익을 얻는 수익구조로는 한계가 있어서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은행의 창고인 정기예금 잔액은 줄어만 가고 있다. 게다가 은행의 주 수입원인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를 주고 고객 돈을 예치해 높은 금리를 받고 빌려주면서 얻는 이득이 가장 크다. 하지만 예대마진은 지난 4월 기준 2.63% 포인트로 2011년 12월의 2.96% 포인트보다 0.3% 포인트 하락했다.

해외진출도 여의치 않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시장 성장잠재력이 커 세계 주요 은행이 군침을 흘리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외국계 은행의 진출을 막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IB는 ‘탈출구’로 여겨지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금융 정책인 ‘창조경제’도 IB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은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창조금융은 창조경제를 금융분야에 어떻게 적용해 활성화하는가에 대한 것”이라며 “금융산업을 IB 기반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적극적 해외 투자로 IB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9일 “창조금융이 실현되려면 건강한 자본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IB를 양성하고 기업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 등을 허용할 것”이라며 IB 확대를 예고했다. 정만섭 기업은행 IB본부 부행장은 “앞으로 은행에서 IB부문이 가장 중요한 부서가 될 것”이라며 “은행이 직접 투자할 곳을 찾아 수익을 창출해야 은행도 살고 기업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