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에 맞는 부서 北엔 없어… 정부 “級 문제 꼭 해결”

입력 2013-06-12 19:04 수정 2013-06-12 22:23


남북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급’ 문제로 무산됨에 따라 향후 주요 회담에서 수석대표의 급이 회담 성사의 중요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일이 걸리더라도 급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진통이 따르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입장을 (북한에) 계속적으로 투명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전처럼 각종 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보다 급이 낮은 인사를 내보내는 것을 결코 방관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번에 무산된 당국회담에서의 급 문제는 북측 내각에 우리의 통일부와 같은 대남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실제 역대 주요 남북대화를 살펴보면 명칭과 업무가 비슷한 부서 간 회담에선 수석대표 급에 대한 논란이 없었다. 2007년 11월에 열린 남북 총리회담에선 우리 측 한덕수 국무총리와 북측 김영일 내각총리가 머리를 맞댄 바 있고 비슷한 시기에 열린 2차 국방장관회담에서도 남북은 각각 김장수 국방부 장관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을 내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측 통일부에 맞는 내각 부서가 없는 북한은 통일전선부와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대남정책을 맡고 있다. 정부는 이번 당국회담에서 북측이 수석대표로 내세운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은 장관급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통일부는 조평통이 우리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비슷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평통 구성을 살펴보면 현재 공석인 위원장과 10여명의 부위원장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를 정점으로 그 아래에 서기국을 두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부위원장 밑에 있는 서기국장을 장관급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해당되기 때문에 차관급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우리 측은 조평통 서기국장이 차관급이라는 판단 하에 남측 수석대표로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내보낼 예정이었다.

반면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장이 장관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5년 5월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우리 측 이봉조 통일부 차관의 카운터파트로 김만길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을 내보낸 전례를 강조한 것이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도 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당시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단장으로 나선 사회단체·언론분야 특별수행원 간담회에 안경호 당시 조평통 서기국장이 북측 단장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정부는 또 북한이 급과 관련해 우리 측과 외국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북한은 2009년 3월 1차 북한·유럽연합(EU) 정치대화에서 EU 측 협상대표인 체코 아주국장을 박의춘 외무상이 상대한 적이 있다. 2011년 12월 2차 정치대화에서도 김춘국 외무성 구주국장이 EU 동남아 과장과 협상을 진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