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노든 오라” 어산지 “남미 가라”… 언론 인터뷰 이후 종적 감춰

입력 2013-06-12 18:58 수정 2013-06-13 00:54

미국 정부의 ‘빅브라더’ 폭로를 감행한 에드워드 스노든(29)에게 비슷한 일을 겪은 전직 국가안보국(NSA) 직원이 ‘항상 뒤를 조심하라’(Always check six:전투기 조종 시 방향을 시계로 표현해 6시가 뒤쪽을 의미)고 충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SA는 그들이 가진 모든 수법을 다해 그를 쫓아다닐 거예요.”

토머스 드레이크(56)는 2005년 정부가 영장 없는 감청을 수시로 자행한다는 정보를 언론에 누설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천신만고 끝에 풀려난 ‘내부고발자 선배’다. “내게 이 일은 데자뷰와 같아요.” 드레이크는 당국의 수사를 받은 이후 평온하던 삶이 끝장나버렸다며 스노든을 걱정했다. “법적 공방을 최대한 준비하면서 정부가 귀환시키기 어려운 곳을 찾아내야 합니다.”

드레이크의 말대로 스노든은 언론 인터뷰 이후 종적을 감췄다. 망명을 택할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어디로 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러시아 정부가 스노든의 망명을 환영한다고 밝혔으나 ‘언론자유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를 원한다고 말한 스노든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당초 스노든이 가고 싶어했던 아이슬란드는 절차상 문제로 망명 허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는 CNN과 인터뷰를 갖고 스노든에게 남미로 가라고 조언했다. 남미행을 택할 경우 베네수엘라가 유력할 전망이라고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가 전했다.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스노든을 송환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동 정계 거물들이 망명한 적 있는 프랑스, 어산지의 망명을 받아들인 바 있는 에콰도르 등도 후보지로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스노든은 추가 폭로를 준비하고 있다. 12일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나는 반역자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다”라며 미 정부의 감시활동에 대해 더 상세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스캔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정부의 정보감시 활동에 대해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835명 중 35%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정보수집 활동이 이뤄지더라도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괜찮다고 응답했고, 13%는 어느 경우에든 대부분 괜찮다고 밝혔다. 그러나 37%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