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하늘 길 통합’ 이륙도 전에 삐걱

입력 2013-06-12 18:57

복잡한 하늘 길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유럽연합(EU)의 계획이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11일(현지시간) 항공자유화 계획을 내놓자마자 관련국은 물론 당사자인 관제사까지 들고 일어나 파업에 들어가 공항이 마비되는 등 유럽의 하늘 길이 몸살을 앓고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27개 회원국 사이에 지그재그처럼 복잡하게 얽힌 항로를 9개 권역으로 나누고 단순화해 운행을 자유화하고 이를 감독할 중앙집권적 감독기구 설치를 바탕으로 한 단일항공권역 계획을 마련했다. 계획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원국에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강제조항도 포함됐다.

EU가 단일항공권 계획을 마련한 것은 EU의 하늘 길이 경쟁국인 미국에 비해 지나치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0년 4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당시 무려 10만편의 항공편이 결항된 것도 이런 비효율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항공전문가들은 1950년대 만들어진 EU의 항공관제 시스템으로는 하루 2만7000편에 달하는 항공기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EU는 비효율적인 항로로 연 50억 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승객들은 평균 42㎞ 이상 더 비행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계획이 실행되면 수송능력은 3배 향상되고 공해물질 배출은 10% 줄어든다. 여기에 각종 비용도 50% 이상 줄어든다는 것이 EU의 전망이다.

문제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단일 감독기구가 탄생하면서 9개 권역으로 항로가 단순화되면 관련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이 때문에 EU의 계획에 강력히 반발했다. 프레데릭 큐빌리에 교통해양수산담당 장관은 “프랑스는 EU의 계획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역시 EU의 계획에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 관제사들은 11일부터 사흘 기한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는 파리를 비롯해 리옹, 니스, 툴루즈, 마르세유 등 주요 공항의 항공기 1800여편의 운행을 취소했다. 프랑스 외에도 12일에는 벨기에와 체코,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등 10개국 관제사들이 준법투쟁에 나섰다. 일부 관제사들은 공공홍보 캠페인까지 펼칠 예정이다.

25만명의 항공 노동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된 유럽항공노동자연맹(ETF)은 “항공 단일화가 이뤄지면 보안문제와 함께 사회적 비용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 칼라스 EU교통담당 집행위원은 “항공자유화를 이루지 못하면 더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는 것과 같다”고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