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중 6개월 뼈가 부러져 있는 순종이… 멘토 만나 베토벤을 연주하다

입력 2013-06-12 18:43 수정 2013-06-13 00:47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모차르트홀 연습실. 강원도 홍천에서 올라온 신순종(12·중1)군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인 피아니스트 신수정(71·여)씨가 옆에서 사인을 주자 순종이의 가냘픈 손가락이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오래 연습해온 베토벤 소나타 5번 1악장.



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 순종이의 손가락은 그동안 두 번 부러졌다. 큰 충격 없이도 쉽게 뼈가 부러지는 유전질환인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다. 생후 3주째 발병해 지금까지 30번 이상 골절 수술을 받았다. 2년 전만 해도 1년 중 절반은 뼈가 부러진 채로 지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쪽 다리가 심하게 부러진 뒤 두 다리의 길이가 달라졌다. 뼈를 붙이느라 매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요즘도 6개월마다 척추검사를 받고 골밀도 높이는 주사를 맞는다.



순종이는 4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년은 손가락이 부러질 때마다 다시 붙을 때까지 두 달을 기다려 피아노 앞에 앉곤 했다. 남보다 작은 손과 키(132㎝), 수시로 부러지는 온몸의 뼈도 그의 꿈을 꺾지 못했다. 지난해 전국 장애아동 음악콩쿠르 초등부에서 대상을 받았다.



30분 정도는 무리 없이 걷지만 언제 넘어질지 몰라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순종이는 홍천중 1학년 9반 학급실장을 맡을 만큼 활발하다. 성적도 반에서 1, 2등을 다툴 때가 많다.



이런 순종이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신 교수를 만나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고,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의 도움으로 이날 특별레슨을 받게 됐다. 순종이는 신 교수 앞에서 베토벤에 이어 쇼팽 스케르초 1번을 연주했다. “제 손이 너무 작은데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요. 옥타브 건반을 눌러야 하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고 싶어요.”



신 교수는 “음악을 표현하는 감성이 뛰어나 연주자의 자세와 테크닉을 보충하면 될 것 같다”며 “손이 작고 뼈가 약하다고 겁내지 말고 스케일(음계) 연습을 꾸준히 해서 힘을 기르면 ‘라 캄파넬라’도 연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더 작고 약한 친구들도 잘하고 있다. 도전하라”며 자신감을 북돋워줬다. 약 1시간 레슨이 끝난 뒤 신 교수는 순종이가 좋아하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의 공연도 함께 관람했다. 순종이는 “신 교수님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연주도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