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남북고위급 군사회담 결렬과 ‘닮은 꼴’

입력 2013-06-12 18:34 수정 2013-06-13 00:51

어렵사리 찾아온 대화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에서 이번 남북당국회담은 2년 전의 남북고위급 군사회담과 판박이다. 당시도 수석대표 급(級)과 의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회담이 무산됐다.

남북은 2011년 2월 8~9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남북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군사실무회담을 가졌다. 한 해 전 일어난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자리였다. 첫날부터 순탄치 못했다. 우리 측은 의제와 관련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한정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은 “천안함·연평도 문제만 다루자는 것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해소하는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수석대표급도 우리 측은 국방부 장관과 북측의 인민무력부장 또는 합참의장(대장) 대(對) 총참모장(차수)으로 할 것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이보다 낮은 인민무력부 부부장 또는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이튿날에도 양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자 북측은 무산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북측은 “천안함 사건은 미국의 조종 하에 남측이 대북대결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특대형 모략극”이라면서 연평도 포격도 우리 측이 연평도를 도발의 근원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도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자존심 싸움 때문에 대화국면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렸다. 이후 2년 넘게 군사실무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이 무산되면서 당분간 대화 물꼬가 트이기 어려울 거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