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생 스마트폰 사용 앱으로 통제한다

입력 2013-06-12 18:34 수정 2013-06-12 22:44


스마트폰 채팅, 인터넷 서핑, 셀카(자신의 얼굴 찍기) 심지어 게임까지…. 수업시간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을까. 12일 서울 등촌동 유석초등학교 6학년 1반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범 수업이 열렸다(사진).

이날 수업은 ‘아이스마트키퍼’라는 앱이 설치된 태블릿PC를 활용해 진행됐다. 세계의 유명 건축물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공간의 개념을 이해하는 수업이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위에서 보면 사각형이지만 정면에서 보면 삼각형이 된다는 내용이다. 학생들은 태블릿PC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등을 살펴봤다.

학생들이 건축물들을 볼 수 있도록 태블릿PC와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허용했지만 채팅 등 다른 짓을 하는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사가 아이스마트키퍼를 통해 학생들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이 앱을 설치하면 학교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통제할 수 있다. 119와 같은 비상전화 기능만 열어놓을 수도 있고, 필요할 경우 국어사전, 인터넷 검색 등 기능만 허용해줄 수 있다. 통제하는 시간대 설정도 가능해 수업시간에는 비상전화 기능만 가능하게 설정하고, 쉬는 시간에는 모든 기능이 가능하도록 할 수도 있다.

수업을 참관한 김다영(28) 교사는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요즘에는 휴대전화가 모두 고가라서 일괄 수거해 놓으면 분실위험이 있어 찜찜했는데 (앱 활용이) 좋은 해결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12)군은 “학교에서는 선생님 전화로 집에 가면 부모님이 통제를 해주니까 밤늦게까지 아이들과 채팅하고 게임하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다른 방식으로 이 앱을 무력화시킬 수는 없을까. 앱을 개발한 공주교대 한규정 교수에 따르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흔히 탈옥이라고 불리는 ‘루팅’(휴대전화 운영체제를 해킹해 관리자 권한 얻는 행위)이 있다. 이 경우 교사나 부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에 통보된다. 또 하나는 공장초기화 방식이다. 컴퓨터의 하드를 포맷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설정된 애플리케이션을 지우는 것이다. 휴대전화에 보관된 모든 자료가 소실되므로 감행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일정 기간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교사나 부모가 알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앱의 목적이 아니라 앱에 설치된 ‘스마트 건강지수’ 등을 통해 올바른 휴대전화 사용습관을 길러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