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200명에 대기자 500명… 공립 노인요양시설 입소 ‘별따기’

입력 2013-06-12 18:33 수정 2013-06-12 22:44


“정원은 200명인데 대기자가 500명 넘어요. 지금 신청하시면 2년쯤 기다리셔야 해요. 더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고. (요양시설) 특성상 입소자가 돌아가셔야 자리가 비거든요.”

지난주 서울 서초동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에 전화를 걸어 “시설 3급 판정을 받은 70대 할머니는 언제쯤 입소할 수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익숙한 듯 “일단 입주신청대기자 접수를 먼저 하시라”고 권했다. 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서초센터의 대기인은 남자 184명, 여자 429명 총 613명이었다. 타 시설 입소, 사망 같은 허수를 빼면 대기자가 500명쯤이라는 뜻이다.

“대기자가 384명인데 허수가 좀 있어요. 그래도 기본 2년은 기다리셔야 해요.” 성산동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 문의한 결과도 비슷했다. 상담 직원은 “서울에 산책할 만한 뒤뜰이 딸린 단독 건물 찾기가 쉽지 않아서 시립이나 구립시설의 인기가 높다”며 “대기자가 점점 늘어난다”고 말했다.

구립양천어르신요양센터(대기자 301명),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222명), 구립용산노인전문요양원(163명), 서울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155명), 시립중계노인전문요양원(133명). 대기줄이 늘어선 상황은 서울 시내 국공립시설 어디나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 전국 요양시설 정원은 13만명으로 실제 이용객 10만명보다 3만명이 많다. 비는 방이 20%쯤 된다는 뜻이다. 자리가 남아도는데도 특정 시설에 몰리는 것은 수요자가 서울에 많다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민간과 국공립의 시설 격차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처럼 땅값 비싼 곳에서 개인이 수십억 원대의 초기 투자비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민간요양시설 중에는 규모가 작고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

2011년 문을 연 구립양천어르신요양센터의 최정해 원장은 “양천구가 부지를 매입해 지상 3층 단독건물을 짓고 위탁경영을 하는 방식”이라며 “개인이 상가 건물을 매입하거나 임대한 민간시설과 비교하면 국공립시설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치매 및 파킨슨병을 앓는 105세 시어머니를 1년간 개인시설에 모시다가 최근 서울의 한 구립시설에 자리를 구했다는 며느리 이어금(46)씨도 “개인 요양원은 좁고 시설이 열악해 방문하고 돌아올 때는 마음이 무거웠다”며 “정부가 나서 휠체어로 산책할 정도의 공간은 확보된 시설을 많이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 요양시설 4326개 중 국공립은 110개로 2.6%에 불과하다. 국공립 비중을 높이자는 어린이집(5.1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요양시설의 공급이 부족한 건 아니다”며 “당장 국공립시설을 확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