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스터리… JP모건 실적 보고서 한 줄에 주가 급전직하

입력 2013-06-12 18:30 수정 2013-06-12 22:21

국내 주식시장의 기둥 삼성전자가 외국인의 ‘매도 폭탄’에 속절없이 추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적 하락을 예측한 JP모건의 보고서 때문에 주가가 곤두박질친다고 보기엔 의문투성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유동성의 ‘한국 엑소더스(대탈출)’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보기도 한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신흥국 통화가치·주가가 요동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는 공매도(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없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투자 기법)를 활용한 투기세력이 개입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000원(0.29%) 내린 138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계로 추정되는 창구 전체에서 총 21만3670주의 매도 주문이 나왔다. 5거래일 만에 주식이 10% 넘게 빠지며 2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삼성전자 매도를 주도한 곳은 메릴린치·UBS·CLSA·씨티그룹 등 외국계 금융투자회사다. 지난 7일 JP모건이 삼성전자의 실적 하향세를 전망한 보고서를 발간한 뒤 매도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시를 사실상 홀로 떠받치던 삼성전자의 하락세가 의외라고 입을 모은다. JP모건의 보고서 한 줄에 이렇게까지 약세를 펼칠 줄은 몰랐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작전·투기세력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총 2260억원을 공매도 했다.

심상찮은 삼성전자 하락세를 우리 증시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로 읽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 하락 원인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매도 의견 때문이라기보다 우리 시장 전체에 대한 ‘숏(Short·매도 전략)’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우리 증시가 실물경제가 아닌 유동성을 바탕으로 위태로운 상승 흐름을 이어 왔기 때문에 외국인이 삼성전자부터 보수적인 투자로 돌아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은 “갤럭시S4는 잘 나가고 있다”면서 “(JP모건이) 기대치를 높게 잡고 나쁘다고 하는 것인데 괜찮다”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혹시 모를 작전세력 색출을 위해 감시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외국계 IB의 부정적 의견이 있다고 해도 시장 대표주가 너무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