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시장 속에 미소 짓는 ‘아베노믹스’

입력 2013-06-12 18:29


일본 경제의 숨 고르기에 시장의 호흡은 가빠졌지만 ‘아베노믹스’는 요동치는 시장 속에서 웃음 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일본은행이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당분간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기대하던 시장은 당장 출렁거렸다. 특히 이날(미국 현지시간)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3% 이상 하락한 95.60엔을 기록하며 2011년 3월 이래 최고의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은행의 조치는 일본 경제가 엔화 약세를 바탕으로 수출 회복과 소비활성화 조짐을 보인 데 따른 것이지만, 시장은 이를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 완화정책을 축소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최근 혼란은 아베노믹스에 ‘백약이 무효’란 비관론을 확산시켰지만, 한편으론 금융시장의 불협화음이 도리어 장기적으로 일본 정부의 지향점과 일치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의 동요가 역설적으로 아베노믹스의 완성도를 높여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그 배경에 경제성장률의 역설이 자리 잡고 있다. 금리인하로 돈이 풀려 투자심리가 회복되면 금리상승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이는 경제성장률을 높인다는 것. 시장의 과민반응으로 인플레가 문제될 수도 있지만, 결국 실물경제에선 경기에 활력을 줘 다시 돈을 돌게 만든다는 전망이다. 자충수에 가까운 아베노믹스의 승부수도 궁극적으로는 인플레 유도를 겨냥하고 있다.

엔저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세도 뒤집어보면 당초 정책목적을 달성해 가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명목성장률이 올라가면 세수를 늘려 국채가격 하락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한 일본의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물가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중단했던 ‘물가연동국채’를 오는 10월부터 5년 만에 재발행할 예정이다. 전반적인 증세 기조 속에서 투자유치와 연구·개발을 위해선 과감하게 감세 카드도 꺼내들 태세다. 일본 정부는 법인세 감면 유인책에 이어 특허로 얻은 기업소득에 대해서도 감세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