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85조 판례로 본 쟁점… 원세훈 ‘지위 이용한 선거운동’ 처벌
입력 2013-06-12 18:23 수정 2013-06-12 22:42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적용한 공직선거법 85조는 1년에 2∼3건 정도만 의율될 만큼 사례가 적다. 판례는 범죄 행위가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에 따라 양형을 달리하고 있어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선거법 85조는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판례는 “직업적인 조직 내에서 지휘감독권이 미치는 사람에게 외견상 그 직무와 관련된 일처럼 꾸며 선거운동을 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2010년 10월 서울 은평구을 재·보궐선거 당시 한국관광공사 감사였던 이모씨를 불구속 기소한 사건이다. 그는 그해 7월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직원 3명을 사무실로 불러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와 친하다. 주변에 이 후보에 관해 말을 잘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인정돼 벌금 150만원이 확정됐다.
의정부지검은 2010년 구리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도운 혐의로 H은행 지점장 정모(5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지점 직원들 중 구리지역 유권자들에게 “시장을 도와주면 선거가 끝나고 일할 자리가 많다”며 지지를 부탁했다. 정씨는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이씨와 정씨는 모두 직무와 관련된 일인 것처럼 직원들을 불러 선거운동을 했다. 두 사건의 재판부도 모두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점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그러나 선거결과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않은 점을 참작해 벌금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기소한 성무용 천안시장 사건 역시 법원의 처분은 가벼웠다. 성 시장은 2010년 천안시 공무원 향우회 모임에 참석해 해당지역 출신 시의원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낮은 양형 탓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선거법 85조의 행위 구성 요건이 모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거법 85조로 실형이 확정된 경우는 ‘북풍’ 사건의 주범인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대표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이 단초가 돼 국정원 요원들이 선거법을 위반한 댓글을 달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라며 “조직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한 만큼 죄질이 무겁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