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형식이 내용 지배” 朴의 원칙 견고

입력 2013-06-12 18:20 수정 2013-06-12 22:38


남북당국회담 개최가 전격 무산된 가운데 박근혜정부는 회담 수석대표의 급(級) 만큼은 우리 측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여기에는 북한과의 대화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한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과거 박 대통령으로부터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종종 쓰셨던 말씀으로 평소 하던 말씀 중에 있었다”며 “이번 일(대표의 격을 맞추는 문제)에 적용해서 대통령이 그렇게 지시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회담 무산의 책임을 두고 야권에서 제기되는 양비론에 대해선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며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바르게 지적해 줄 때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청와대가 지난 10일 당국회담을 이틀 앞두고 국제 스탠더드론을 꺼내들며 북한을 압박했던 배경에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국회담을 시작으로 향후 북측과 수많은 난제를 풀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비대칭 회담’ 형식으로 첫 단추를 꿰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대북정책도 출범 이후 꾸준히 고수해 온 원칙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도 북한에 추가회담을 위한 수정 제의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 수정 제의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우리로서는 현재의 대표단과 북한의 대표단이 변한 게 없다면 언제든지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이 성의 있는 입장 변화를 보여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회담 수석대표로 내세운 통일부 차관과 북한이 내세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 간 회담은 북한이 수용할 경우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청와대는 남북당국회담 무산대책을 논의하는 공식회의나 대통령 일정을 잡지 않고 기존의 신중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오늘은 조금 식혀가면서 가자”고 말했다. 다만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북한의 반응과 대화 재개 가능성을 분석하는 등 내부적으로는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 7일 재가동됐던 판문점의 남북간 연락채널이 닷새 만에 다시 끊기자 통일부와 긴밀히 연락하며 북측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성열 모규엽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