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중앙은행發 거품 잔치

입력 2013-06-12 18:21 수정 2013-06-12 22:38

돈을 무제한 찍어 경기를 부양하던 중앙은행 발(發) 거품잔치가 막을 내리고 있다.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이들 나라의 환율과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탈출 러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12일 신흥시장 통화와 주식, 채권시장이 한꺼번에 동요하고 있다며 중앙은행발 거품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들은 일본은행이 11일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장에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라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조 달러를 시장에 푼 각국 중앙은행이 자금회수에 들어갈 경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시장은 고통스럽고 긴 암흑의 터널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11일 필리핀과 태국 증시는 각각 4.6%, 5% 하락하며 201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달러화 대비 환율이 2% 가까이 하락한 달러당 10.38랜드를 기록했다. 올 초보다 23%나 떨어진 것이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떨어지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개입했다. 반면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연 2.290%까지 올라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는 루피화 폭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투입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외환보유고만 바닥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가레스 레더 이코노미스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자본유입으로 인한 거품이지만 최근 추세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중앙은행발 거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면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