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전석운] 대안학교 등록금 비싸다

입력 2013-06-12 17:48 수정 2013-06-12 20:46


딸아이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대안학교를 가고 싶다고 했다. 학급 친구들 중 대안학교를 생각하는 아이들이 몇 명 있다고 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동영상을 보고는 자유로운 학교생활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내도 찬성했다. 그 학교가 마침 혁신학교로 바뀌면서 교육청 지원을 받게 돼 학비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선택의 이유였다.



입학설명회를 듣고 학교를 직접 찾아가 보니 더욱 끌렸다. 교사들의 열정과 교육철학은 인상적이었다. 과도한 경쟁교육에 시달리는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학업 흥미는 꼴찌라는 지적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인성과 창의성, 자율성을 강조하는 교과과정을 설명하는 진지한 태도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버스를 한번 갈아타면 통학이 가능한 거리였다. 운동장이 작고 등굣길이 가파른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서류심사에서 떨어졌다. 새삼 그 학교의 인기를 실감했다. 몇 달 후 다른 대안학교에도 아이가 지원했다. 운동장도 없는 소규모 비인가 학교였다. 상가건물에 세 들어 있는 그 학교를 방문했을 땐 솔직히 미덥지 않았다. 하지만 신뢰할 만한 교회가 세운 학교인 데다 그 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의 평판이 좋아 지원서를 썼다. 아쉽게도 또 미역국을 먹었다.

교사들 열정은 본받을 만

딸의 대안학교 진학을 준비하면서 놀란 건 대안학교를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무척 많다는 사실이었다. 첫 번째 지원 학교는 워낙 유명한 대안학교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두 번째 희망 학교는 지명도가 거의 없는 학교였는데도 지원자들이 적지 않았다. 공교육에 대한 실망과 염증이 반영된 현상인 것이다. 정규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학교를 다니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는 듯했다. 대학 진학은 검정고시로 해결하면 된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이 학교가 매달 한 차례씩 실시하는 ‘부모 교육’을 매력으로 꼽는 등 만족스러워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딸아이가 두 번째 대안학교를 떨어지면서 안도했다. 학비 때문이었다. 그 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여서 정부 지원금이 전무했고 교사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를 모두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해야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합격하면 등록금 수준의 기부금을 의무적으로 낸다고 들었다. 연간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은 별도였다.

등록금 1000만원은 지나쳐

얼마 전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의 미인가 대안학교는 185개다. 8526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대안학교의 종류도 다문화·탈북·미혼모·학교부적응·선교·국제교육 등 다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인 간디학교가 1997년 설립된 지 16년 만의 성장과 변화다.

나는 대안학교가 좀 더 많아지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학비가 비싼 대안학교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유감이다. 교육부 조사로도 1000만원이 넘는 학비를 요구하는 대안학교가 31개에 달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학비가 비싼 대안학교는 대안이 될 수가 없다. 대학등록금 보다 비싼 대안학교가 난무하면 경제적 양극화가 학교 선택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공교육에 대한 원망이 커질 수 있다.

공교육의 한계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학교의 출현을 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통합을 해칠 수준의 학비를 받는 대안학교가 난립한다면 공교육의 존립도 위협받게 된다.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는 마당에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로 공립 대안학교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석운 정책기획부장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