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회담 무산 이후 정치권이 해야 할 일
입력 2013-06-12 18:01
남남갈등 부추기는 발언 삼가고 한목소리로 北 질책해야
해빙 조짐을 보이던 남북관계에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북측은 남측 수석대표의 격을 문제 삼으며 12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당국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데 이어 판문점 연락관 채널도 끊어버렸다. 남북 당국자들이 언제 마주 앉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남북대화를 통해 현안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려던 정부는 물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 금강산 관광과 관련된 기업인들, 이산가족들, 일반 시민들 모두가 낙담했을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지라 정치권에서 다양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석대표의 격이 회담 무산의 핑곗거리가 됐으니 이참에 남북의 ‘직급 대조표’를 만들어 회담 중요도에 따라 수석대표를 미리 정하자거나, 총리급 회담으로 격상시키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잘못된 관행이 당국회담 파기의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 반면 민주당 일각에서는 남측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나오라고 압박한 것이 문제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남북 간에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정치권에서는 정상회담도 이뤄질 수 있다거나 국회회담을 추진하자는 성급한 주장까지 나왔다.
자유·민주사회에서 정치인들이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하지만 한반도 평화 구축 나아가 민족통일이라는 중차대한 과제와 직결된 국가적 현안인 만큼 정제되고 절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게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일 것이다.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장을 당국회담 수석대표로 내세우면서 남측 수석대표는 통일부 장관이어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면서 회담을 취소시킨 건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는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속내가 포함돼 있을 것이다. 남측이 군말 없이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보낸다고 했으면 회담이 성사됐을 텐데 통일부 차관을 고집해 흐지부지됐다며 책임을 전가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정치권은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과거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회담 무산의 근본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남측 잘못이 크다는 등 북측의 궤변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더러 결과적으로 북한이 바라는 대로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강화되는 추세다. 북한이 가장 의지해온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마저 지난 7∼8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는 김정은을 굴복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도 있었다. 오는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강경한 대북 메시지가 발표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우리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북한을 따끔하게 질책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남북대화 재개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