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조업 공동화 막을 방안 시급하다
입력 2013-06-12 18:01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날로 늘어 제조업 공동화가 심각한 지경이다. 과거에도 해외직접투자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아예 생산의 주요 거점이 국내에서 해외로 반전될 정도라서 문제의 심각성이 훨씬 커졌다. 기업들의 투자규모가 늘어난다고 해도 상당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에서는 투자에 따른 전후방효과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나지도 않는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국내 생산비중은 지난해 50%를 밑돌기 시작한 데 이어 올 1∼5월에는 38%로 급락했다. 2006년 국내 근로자수는 5만4973명에서 2011년 5만7303명으로 겨우 4.2% 늘었으나 같은 기간 해외 근로자수는 1만9781명에서 2만9125명으로 47%나 폭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국내와 해외 근로자수가 이미 2010년 역전됐으며 그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애플은 해외 생산기지에서 제품의 전량을 수출하는 관례를 깨고 미국 내에 제조기지를 만들기로 했다. 코트라는 ‘미국 제조업 분야 본국으로 유턴기업 지속 증가’라는 보고서에서 애플뿐 아니라 포드, 모토로라, GE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미국 정부가 유턴기업에 대한 공장 이전 비용 20% 지원, 법인세 인하 등 본격적으로 제조업 부흥정책을 편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이후 우리 기업들의 유턴 사례는 중소기업 30여 곳 정도가 고작이다. 대기업의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증가일로다. 국내 제조기업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2009년 46억 달러에서 2012년 73억 달러로 커졌다. 올해는 1분기에 19억 달러를 기록해 8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30대 그룹으로만 한정하면 해외투자규모는 2011년 25억2000만 달러, 올해는 28억3000만 달러로 예상된다.
반면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유입 규모는 사실상 정체 상태다. 투자금액의 유입액 대비 유출액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1년 4.3배, 2012년 4.7배로 늘고 있다. 미국은 1.5배(2002∼2011년 평균), 선진국 평균 1.4배로 우리보다 한참 낮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과다한 셈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제조업 공동화는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을 받고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한 투자유치청 설치에 대해 검토 의사를 밝힌 배경도 해외투자와 유치의 심각한 언밸런스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투자와 관련한 행정지원의 일원화 등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 차원에서 투자유치청도 고려해볼 만하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경직적 노사관계, 과다한 규제 등 우리나라의 기업환경 개선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