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自淨 가능성 보여준 ‘윤후 사랑해’

입력 2013-06-12 17:58

최근 인터넷에서는 괄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일곱 살짜리 출연자를 겨냥한 안티카페가 등장하자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선플 달기’ 운동을 펴 카페를 폐쇄시킨 것이다.

가수 윤민수씨의 아들 윤후군이 MBC ‘아빠! 어디 가?’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으자 지난 4월 ‘윤후 안티카페’가 개설됐다. 이 소식이 지난 10일쯤 알려지면서 ‘윤후 안티카페’라는 키워드가 포털사이트 검색 상위 순위에 올랐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어린아이를 상대로까지 안티카페를 운영해야 하나?”는 개탄의 의견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는 ‘윤후 안티카페’ 대신 ‘윤후 사랑해’ ‘윤후 천사’라는 어구를 검색해 안티카페 검색어를 밀어내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이 운동에는 선플러들이 적극 호응했고 연예인들도 잇따라 동참했다. 두 검색어는 10일 밤 검색 순위 1·2위를 차지했고 11일까지 조회수가 1000만건에 육박했다. ‘윤후 안티카페’는 11일 오전 검색 순위에서 퇴출됐고, 안티카페 관리자는 카페를 폐쇄키로 하고 윤후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이번 일은 해프닝에 가깝지만 인터넷의 자정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사회의 선한 흐름을 주도한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인터넷은 무차별적 신상털기와 여과 없는 인신공격이 횡행하는 공간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악의에 찬 댓글은 연예인 연쇄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윤후 사랑해’ 검색 운동은 취약한 인격을 향한 매도행위에 네티즌들이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서 많은 공감을 끌어냄으로써 사이버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식과 책임감 있는 네티즌들이 뭉친다면 부적절한 사이버 행태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런 운동이 큰 불꽃을 일으켜, 인터넷이 더 이상 익명의 그늘에 숨어 증오와 반목을 조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소통을 확대하고 사랑과 격려를 확산시키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