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날아온 슈퍼맨 ‘은밀하게…’ 돌풍 잠재울까
입력 2013-06-12 17:28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2편이 이번 주와 다음 주 잇달아 개봉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제작하고 ‘300’(2006)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한 ‘맨 오브 스틸’(13일 개봉)과 세계적인 스타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월드 워 Z’(20일 개봉)가 흥행 대결을 벌인다. 4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김수현 주연의 한국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돌풍에 할리우드 대작 2편이 제동을 걸지 관심이다.
◇‘아이언맨 3’를 능가하는 강력한 액션=‘맨 오브 스틸’의 장르는 액션·모험·판타지·SF로 분류되고, ‘월드 워 Z’는 액션·모험·드라마·SF다. 스토리가 전혀 다르고 각각 ‘판타지’와 ‘드라마’ 요소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은 액션이 장난 아니라는 사실이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해낸 액션 장면이 관객들을 압도한다.
‘슈퍼맨’이 탄생하기까지 비화를 그린 ‘맨 오브 스틸’은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서 보여준 첨단기기를 이용한 액션과 ‘300’에서 과시한 육탄 액션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슈퍼맨이 태어난 곳은 크립톤 행성이다. 과학기술 수준이 지구보다 몇 광년 앞선다는 크립톤 행성의 화려한 모습과 슈퍼맨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장면 등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고 이들이 지구를 공격하는 스토리의 ‘월드 워 Z’는 고층빌딩이 무너지고 자동차가 전복되는 등 액션이 쉴 새 없이 전개된다.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곳으로 지목된 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스코틀랜드 등의 미군 기지를 오가며 펼쳐지는 액션이 스펙터클하다. 하지만 과도한 액션으로 인해 후반부에는 다소 지루해진다.
◇러셀 크로와 브래드 피트의 연기 대결=‘맨 오브 스틸’의 주인공은 ‘신들의 전쟁’(2011)으로 이름을 알린 헨리 카빌이 맡았다. 그러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는 슈퍼맨의 친아버지로 나오는 러셀 크로다. 크립톤 행성이 폭발하기 직전 아들을 지구에 보내고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보여준 자베르 경감 연기와는 또 다르다.
슈퍼맨을 키운 지구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도 반갑다. 그는 2007년 ‘미스터 브룩스’ 이후 6년 만에 영화에 출연했다. 이미 알려진 전작들에서 슈퍼맨의 연인이자 열혈 기자로 활약하는 레인 역은 에이미 애덤스가 연기한다. 그는 슈퍼맨과 처음 만나게 되는 과정에서 싱그러운 이미지를 선사한다. 반란을 주도한 조드 장군 역의 마이클 섀넌도 빛나는 주연이다.
‘월드 워 Z’는 유엔 소속 조사원 제리 역할을 맡은 브래드 피트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그가 연기하는 제리는 슈퍼맨처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캐릭터다. 하지만 변종 괴물과 싸우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비행기 추락사고로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슈퍼맨 못지않다.
◇가족의 소중함과 희망의 메시지=두 영화가 내세우는 키워드는 ‘가족’과 ‘평화’다. ‘맨 오브 스틸’의 주인공 슈퍼맨은 지구의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순간을 여러 번 겪는다. 그때마다 고뇌하는 슈퍼맨은 “네 자신을 위해 인내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부모를 믿고 따른다. 지구인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월드 워 Z’의 주인공은 아무리 험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가족이 있기에 극복할 수 있다. 가족들을 안전한 곳에 맡겨둔 채 특수임무를 띠고 위험지역으로 떠나갈 때도 언제나 가족 걱정이다. 이 대목에서 영화는 ‘드라마’라는 장르를 추가하고 있다. ‘몬스터 볼’(2001) ‘네버랜드를 찾아서’(2004) 등 가족을 중시하는 마크 포스터 감독의 의중도 담겼다.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 가슴에 새겨진 ‘S’는 정의의 상징이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지구에서 살게 된 슈퍼맨은 사람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힘과 용기를 붙어 넣는 존재로 거듭난다. ‘월드 워 Z’의 주인공 역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하더라도 절대로 희망을 잃지 말자”고 강조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뻔한 주제이기는 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