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윤정]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자유학기제

입력 2013-06-12 17:55


“궁극적인 삶에 대한 해답을 깨닫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수재들이 모인다는 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한 뒤 삼성종합기술원에 재직하다 ‘창의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한 이공계 출신 인재에게 물어보았다. “좋은 대학과 대학원, 기업을 거쳐보니 이공계 분야에서 긴요한 소질과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초·중·고 학창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어떻게 공부하고 싶습니까?”

그의 대답에는 뜻밖의 시사점이 있었다. 우선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영역 본질적 능력이란다. 그러나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론과 책을 통해서는 쉽사리 깨우칠 수 없는 감각적 능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공계 분야에서는 상당히 많은 실험기구와 장비들을 만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첨단테크놀로지 시대에는 매우 복잡한 장비와 도구들을 잘 만지고, 그리하여 자기 분야에 활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창의성 발현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회생활을 해보니 글쓰기, 대화하기, 공감하기, 설득하기 등과 같은 의사소통 능력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했단다. 문제는 이러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교실에서는 소홀하게 취급을 받고, 더욱이 지식을 위주로 하는 한 분야의 교과 학습을 통해서는 터득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공학자들과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함께 만들면서 자기 영역의 언어만을 고집하다 보면 발상의 전환과 혁신의 사례를 만들어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그럼, 다시 초·중·고 시절로 돌아간다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살면 행복할지, 자신이 잘하는 것들과는 어떻게 연관시킬지, 그리고 자신의 관심분야가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거기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은 무엇인지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탐구하면서 찾아보겠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교육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자유학기제에 큰 기대를 걸고 성공적으로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2015년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인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과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보는 동시에 창의성, 인성, 자기주도학습 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맛보게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 공급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되는 교과의 획일성을 탈피하여 학생이 자신의 호기심을 최대한 살려 자유롭게 디자인한 학습 과정을 추구하는 것, 여기에 자유학기제의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학제 간 융합이 되는 탐구의 여정이 될 것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여행과 같은 과정일 것이다. 다만, 꿈과 끼는 ‘한 학기’라는 단기간 활동을 통해 금방 찾아내기엔 너무도 큰 궁극의 목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자유학기제가 창의적인 체험활동이라는 교육과정과 보다 지속적으로 연계되고 전체 교육과정을 내실화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생중심, 경험기반의 학습을 지향하며 핵심교육과정(Co-curriculum)을 학생의 관심사에 따른 방과 후 학습과 유기적으로 연계시킨 미국의 유명한 사립통합학교인 LREI는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일정기간 커리큘럼으로 제공되는 여행을 학습에 적극 활용하고, 관심사가 같은 동아리 활동을 지역사회 내의 인턴십으로까지 확장하는 것과 같은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 역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의 시와 같이 궁극의 삶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자유학기제로 구현되길 희망해 본다. “우리가 살아가며 잃어버린 삶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지식 안에서 잃어버린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김윤정 한국과학창의재단 미래창의인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