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24)] “가사노동도 근로기준법 적용 서둘러야”
입력 2013-06-12 17:35
돌봄노동자의 법적권리 찾기
한국YWCA는 ‘돌봄으로 정의, 나눔으로 평화’라는 주제 하에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 돌봄노동 종사자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1970년대 초부터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노동의 사회화에 앞장서온 한국YWCA의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회원만 1만명이 넘는다. 한국YWCA는 돌봄노동 종사자의 법적보호 장치 마련과 협동조합설립 등 다양한 지원 방안 마련에 애쓰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돌봄을 받지 않고는 온전히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존재다. 돌봄노동이 우리 삶을 유지시키는 핵심 활동인 이유다. 돌봄노동은 가사나 간병, 육아 등의 돌봄서비스 활동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대부분 개인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비생산적 노동 활동으로 분류돼 비공식 영역에 머물러 왔다. 한편으로 돌봄노동은 사회 복지의 중요한 영역으로 부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설을 통한 돌봄서비스와는 달리 개인에 대한 돌봄서비스는 여전히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다. 우리 사회를 지속시키고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의 사회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를 위해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돌봄노동자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돌봄서비스는 이미 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이 분야 종사자는 이미 40만명을 웃돌고 있다. 이처럼 의미 있는 돌봄노동을 사회화하고 산업화하려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특히 관련 종사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2011년 6월 16일에 유엔의 공식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 100차 총회에서 가사노동협약(189호)이 채택됨으로써 열매를 맺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가사노동자에 대해 노동권을 인정하고 보호하자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가사노동협약의 비준을 미루고 있다. 이에 앞서 2010년 9월에 한국YWCA 등 15개 시민·노동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돌봄노동자 법적보호를 위한 연대’에서 가사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 및 고용·산재보험의 적용을 목적으로 한 법개정활동을 전개했고 19대 국회에서도 관련된 입법 활동이 진행 중이다.
최근 진행된 돌봄노동 종사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돌봄노동 종사자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함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돌봄노동 종사자들은 불안정한 고용, 저임금, 과중한 노동, 사회보험 미가입 등 열악한 근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돌봄노동의 특성상 개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설이 아닌 개인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법에서는 ‘가사사용인’이라고 함)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제외로 정하고 있으며, 근로 조건의 최저 한도인 최저임금법과 고용·산재보험 가입조차 인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직업안정법의 직업소개소를 통해 알선 형태로 개인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노동 종사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며, 이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더라도 마땅하게 이를 구제해 줄 법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YWCA 등 관련 단체나 기관의 경험에 따르면 돌봄노동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경우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결국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 제고는 돌봄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관심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표대중(공인노무사, YWCA연합회 돌봄과살림팀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