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장서 대박 예감… 위기설 도는 개콘 구원투수죠”

입력 2013-06-12 17:19 수정 2013-06-12 22:15


개그콘서트 신규 코너 ‘황해’ 출연진 인터뷰

KBS 2TV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는 지난 9일 방송 700회를 맞았다. 700회 특집 방송에선 ‘개콘’이 배출한 숱한 스타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성악가 조수미, 방송인 신동엽 유재석 등 명사들이 보내온 축하 영상 메시지도 전파를 탔다.

하지만 방송 700회를 맞은 ‘개콘’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매회 20%를 웃돌던 시청률은 올 들어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방송계 안팎에선 ‘개콘 위기설’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반면 매주 일요일 밤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 ‘백년의 유산’(MBC)은 큰 인기를 모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개콘’에 구원투수 같은 코너가 등장했다. 보이스 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어수룩한 조선족들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 ‘황해’다. 이 코너는 지난달 26일 첫 방송과 동시에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방송 2주차인 이달 2일 방송분은 ‘개콘’ 10여개 코너 중 코너별 시청률 1위(17.7%·TNmS 기준)에 올랐다.

1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황해’에 출연하는 홍인규(33) 이상구(30) 이성동(32) 정찬민(28) 이수지(28) 신윤승(28)을 만났다. 출연자 중 홍인규와 이상구는 각각 2004년, 2005년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하며 데뷔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은 데뷔 1∼3년밖에 안 된 신인이다.

방송 이력이 차이 나는 만큼 코너의 성공 여부를 예상했는지 묻는 질문에 출연자들 답변은 서로 달랐다. 이상구는 “녹화장에서 관객 반응을 보고 대박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저랑 인규 형은 코너 후반부에 등장하잖아요? 코너가 시작되고 무대 뒤편에 대기하고 있는데 객석에서 웃음이 빵빵 터지더라고요. 형이랑 둘이 ‘아, 이 코너 됐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죠(웃음).”

반면 신인 연기자들은 히트를 예상하진 못했다고 한다. 녹화를 앞두고 제작진 앞에서 받는 ‘코너 검사’에선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지금 같은 호응을 기대하진 못했다는 것이다.

“개그맨들끼리 코너를 만들다보면 처음엔 진짜 웃긴다고 생각하다가도 계속 다듬다보면 코너가 가진 웃음의 강도에 무뎌지게 돼요. 저희끼린 긴가민가했죠.”(신윤승)

“첫 녹화 때 객석 반응이 좋아 깜짝 놀라긴 했어요. 하지만 이 정도로 인기를 끌진 예상 못했어요. 첫 방송이 나가고 다음날까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달리는데 진짜 기분이 좋더라고요.”(이수지)

‘황해’의 시작은 홍인규의 아이디어였다. 홍인규는 인터넷에서 조선족 보이스 피싱 음성 파일을 우연히 들은 뒤 개그로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을 했다. 코너에서 조선족을 연기하는 출연자들이 예상치 못한 상대방 반응에 놀라 연발하는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문구는 파일에 실제 있던 음성이다.

“상구와 저는 ‘베스트 프렌드’예요. 10년 전부터 함께 개그를 해왔죠. 최근 같이 코너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셨어요?’ 파일을 듣게 된 거예요(웃음).”(홍인규)

‘황해’는 제작진이 ‘개콘’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도입한 ‘멘토·멘티제’가 거둔 결실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지난달 중순 고참 선배들과 후배들을 엮어 총 9개팀을 만들었다. 친분 있는 선후배끼리 팀을 꾸리는 걸 막기 위해 각 팀은 제비뽑기를 통해 구성됐다. ‘멘토’인 홍인규 이상구는 자신의 ‘멘티’로 각각 신윤승 정찬민을 뽑았고, 이후 이수지와 이성동을 합류시켜 ‘황해’라는 코너를 완성시켰다.

“각 팀에서 ‘멘토’ 역할을 맡는 선배들 입장에선 자존심 싸움을 하게 돼요. 다른 팀보다 처지면 안 되잖아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홍인규)

“‘개콘 위기설’이 있는데 사실 ‘개콘’은 언제나 위기였어요. 특히 매년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시청률이 떨어지곤 했죠. ‘개콘’의 인기는 다시 올라갈 거라고 확신해요.”(이상구)

이들은 ‘황해’의 장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홍인규는 “시청자들이 이젠 ‘개그의 패턴’을 일찍 알아버린다. 이 코너에서 그걸 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동과 정찬민은 “슬럼프 없이 꾸준히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너가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