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김남식 대표 통보에 北 거부…3차례 협의 무위로
입력 2013-06-12 01:17
남북 간 실무접촉 때부터 균열 조짐을 보였던 당국회담의 수석대표 급 문제가 결국 6년 만의 남북 고위급 대화의 발목을 잡았다. 남북 모두 양보 없는 원칙을 고수하다 회담 무산 사태를 맞은 것이다.
남북은 11일 오전 9시쯤 판문점 연락관 통화에서 ‘대표단 명단을 상호 교환하자’는 방침을 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9~10일의 실무접촉 이후 북측에 당장 대표단 명단을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북측은 명단의 동시 교환을 고집했고, 당국회담이 하루도 남지 않은 이날 명단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 남북 연락관은 오후 1시 판문점에서 직접 만나 동시에 명단을 교환했다.
남북이 교환한 대표단 수석대표는 남측이 김남식 통일부 차관,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이었다. 우리 측은 당초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내세우려 했지만 북측이 실무접촉에서 류 장관과 급이 맞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내려오는 것에 난색을 표하자 취한 조치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여러 차례 김 부장이 나오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고, 이에 정부는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김 차관을 우리 측 수석대표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곧바로 북측에서 판문점 라인으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자신들은 실무접촉 합의대로 ‘상급 당국자’를 내려보내는데 남측이 장관급보다 낮은 인사를 수석대표로 통보했다는 항의였다.
이에 따라 남북은 대표단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세 차례 통화로 협의를 이어갔다. 우리 측은 김 부장이 내려오지 않는 만큼 ‘김 차관-강 국장’ 수석대표 체제로 12일 당국회담을 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북측은 김 차관의 ‘급’을 계속 문제 삼으면서 ‘당국회담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위협했고 결국 6시간의 실랑이 끝에 회담이 무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양측 모두 원래 제시한 수석대표를 고수하며 수정 제의를 하지 않은 채 맞섰다”고 말했다.
결국 세 차례 전화 협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자 북측은 오후 7시5분쯤 전화로 최종적으로 대표단을 서울에 보내는 것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했다. 북측은 동시에 연락관도 철수시켰다. 결국 통일부는 김형석 대변인을 통해 오후 8시 남북당국회담 무산을 공식 발표했다.
‘급’ 문제는 실무접촉 때부터 계속 걸림돌로 작용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무접촉 당일 오전에도 “여러 현안을 종합·포괄적으로 협의하려면 장관급이 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재차 수석대표의 ‘급’을 강조했다. 반면 북측은 회담 사전 실무접촉에서 ‘장관급 회담’이라는 명칭을 바꿀 것을 요구할 정도로 김양건 부장을 수석대표로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북한은 당국회담 무산을 통보했지만 판문점 연락 채널은 끊지 않았다. 정부 역시 추후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이 핵심 쟁점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할 경우 일정을 다시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