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세훈 사법 처리해 검찰 신뢰 회복하길

입력 2013-06-11 22:49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1항 위반, 국정원법 제9조(정치 관여 금지)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일련의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이 여러 개의 범죄 구성요건을 이루는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동시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밝혀진 범죄 혐의 내용과 촉박한 공소시효 만료일(19일)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방어권 보장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둘러싸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간에 이견을 보인 점은 상당히 유감이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뇌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팀장은 “(사안이) 명확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사팀 내에는 이견이 없다. 지금 법무부가 틀어쥐고 있어서 수뇌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기다리면서 일을 한다”며 수사팀의 단호한 입장까지 표명했다.

하지만 황 장관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보강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청법에 따라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찰청법 제8조에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휘권 행사는 어디까지나 적법하고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수사팀이 인정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서면 월권이 될 수밖에 없다. 원 전 원장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으면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순리이고 검찰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국정원이 개입한 대선에서 여권 후보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칠 부담과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황 장관이 수사팀 발목을 잡았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검찰은 앞으로 전직 국정원 직원 등의 비밀 누설 사건, 여직원 감금 사건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기 바란다.

차제에 국정원은 뼈를 깎는 각오로 달라져야 한다. 1998년 ‘북풍 공작 사건’으로 기소된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과 원 전 원장처럼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되는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은 정치개입 유혹에 빠지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