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회담 주도권 잡기 신경전… 긴박했던 대화 6일만에 종지부

입력 2013-06-11 22:17


남북 당국회담은 북한이 먼저 전격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수용을 촉구한 지 불과 2시간 만이었다. 이후 양측은 의제와 회담 장소 등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했지만 점차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박 대통령 추념사가 나온 지 2시간도 안돼 특별담화문을 내고 “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담에서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담장소와 시일은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 회담은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대화 형식이었다. 북한이 회담 날짜와 장소를 양보한 것도 예상외의 ‘통 큰 제안’이었다.

우리 측은 곧바로 화답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 “정부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의를 북측이 수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 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장관급 회담을 6월 12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은 이튿날인 7일 장관급 회담 전에 “9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안했고 우리 정부는 다시 “개성이 아닌 판문점에서 실무접촉을 하자”고 수정 제의했다. 북한은 8일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이 수정 제안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남북의 ‘해빙 무드’에 냉기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9일 판문점 실무접촉에서부터다. 양측은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진 총 8차례의 협의에서도 수석대표의 급(級)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우리 정부는 ‘남측 수석대표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북측은 ‘북측 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각각 서로 다른 내용이 담긴 발표문을 냈다. 장관급 회담도 ‘당국 회담’으로 급이 하향 조정됐다.

우리 정부는 10일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을 압박했다. 청와대는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북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나 비슷한 급의 인사를 보내지 않으면 우리도 장관을 보내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양측은 회담을 하루 앞둔 11일에도 수석대표와 의제 등을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11일 오후 북한은 대표단 파견 보류를 일방 통보했다. 대화 제의 불과 6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