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고 착한 이미지 깨고 싶었다”… 송승헌 ‘남자가 사랑할 때’ 거친 인생 연기 호평
입력 2013-06-12 07:02
배우 송승헌(37)은 사람들 사이에서 미남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온 인물 중 한 명이다. 1996년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MBC)으로 데뷔한 그는 뚜렷한 이목구비와 탄탄한 몸매로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숱한 작품을 통해 많은 여성들 마음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의 연기력은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잘생긴 외모에 가려 연기가 빛을 보지 못한다는 평가도 자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종영한 MBC 수목극 ‘남자가 사랑할 때’는 송승헌의 연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작품이었다. 스스로 “연기하는 재미를 느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송승헌은 거친 인생을 살아오다 한 여자를 만나 생애 처음으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주인공 한태상 역을 안정감 있게 소화해냈다.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승헌은 인터뷰 내내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자신이 보여준 연기에도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내가 가진 안 좋은 버릇들을 최대한 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을 시청자들이 인정해주신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그동안 맡은 배역 중 한태상만큼 시청자들이 크게 호응해주신 캐릭터는 없었던 거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도 저의 틀을 깨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눈빛 행동 말투…. 이런 연기의 모든 요소들을 그간 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해보려고 했어요.”
대표적인 ‘청춘스타’였던 송승헌도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다. 인터뷰에선 그가 이 작품에 출연하기 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짐작되는 발언이 이어졌다. “‘비주얼(외모) 때문에 연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는 이제 안 듣고 싶다” “반듯하고 착해 보이는 이미지를 깨뜨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군 제대(2006년) 이후 영화 ‘숙명’, 드라마 ‘에덴의 동쪽’(MBC) 등에서 어두운 캐릭터만 맡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내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그렇다면 ‘남자가…’에서 보여준 자신의 연기에 스스로 매긴 점수는 몇 점일까. 그는 한참을 주저하다 “(100점 만점에) 51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노력을 많이 했으니 51점은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용기도 많이 생겼어요(웃음).”
결혼 계획을 묻자 “빨리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외모보다는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 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이젠 결혼을 하고 싶어요. 누군가 제게 ‘훌륭한 배우와 훌륭한 가장 중 무엇을 택하겠느냐’고 물으면 언제나 이렇게 대답해요. 훌륭한 가장이 되고 싶다고(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