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조선초 왕릉 능침 추정 건물터 발견
입력 2013-06-11 20:10
서울 강남의 대모산 기슭에서 조선 초기 왕릉의 능침(陵寢)으로 추정되는 최고급 건물터가 발견됐다. 대모산은 태종과 순조가 묻힌 헌인릉, 세종이 처음 묻힌 영릉 등 왕릉이 밀집해 있던 곳이다.
매장문화재 전문 조사기관인 한강문화재연구원(원장 신숙정)은 SH공사가 시행하는 서울 세곡2 보금자리주택지구 건설 예정지인 수서동 540번지 일원 5200㎡를 발굴 조사한 결과 15∼16세기 무렵 조선 초기 대형 축대 시설을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결과 대모산 서쪽 가지능선 기슭에서 남북 방향을 따라 길이 68m 이상에 이르는 대형 석축이 드러났다.
또 현재까지 건물터 6개동, 이들 건물터 중앙을 차지한 박석(납작한 돌)과 벽돌을 깐 마당, 이들과 관련된 아궁이와 배수로 시설 등이 밀집한 상태로 발견됐다.
인근에서는 이들 건물에 사용한 기와를 만들어 공급하던 기와가마터 4곳과 기와 폐기장 3곳, 그리고 묘역으로 추정되는 시설 등이 확인됐다.
문화재위원회 관계자는 “청자나 백자 등의 출토 유물로 보아 조선 전기 중에서도 상당히 이른 시기에 속하며, 그 격 또한 상당히 높아 대모산 일대에 있는 태종의 헌릉이라든가, 이곳에 있다가 경기도 여주로 옮겨간 세종의 영릉과 관련된 시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욱 철저한 발굴조사와 관련 문헌 조사를 통해 이 유적의 성격을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확인된 유적은 시대로 볼 때 조선 전기 어느 왕의 능묘와 관련된 시설임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