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빅브라더 美 NSA’ 폭로 파장] 오바마·시진핑 ‘스노든 처리’ 시험대
입력 2013-06-11 19:15
‘서니랜즈 미팅’으로 개인적인 친분을 쌓은 오바마-시진핑 관계가 때 이른 시험에 들게 됐다.
‘빅 브라더 미국’을 전 세계를 향해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중국 땅인 홍콩으로 피신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노든 사건’은 국제 이슈로 비화했다.
미국과 중국 관리들은 양국 정상이 8시간 동안 격의 없이 만나면서 이룬 성과를 부각시키고 싶은 때에 ‘스노든 악재’가 덮친 데 대해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스노든 케이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양국이 민감한 사안을 세련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사건으로 시진핑-오바마 사이가 때 이른 시험에 들게 됐다”면서도 ‘왕리쥔(王立軍)사건’이나 ‘천광청(陳光誠)사건’ 당시 중·미 양국이 결국 무난하게 상황을 마무리했던 전례를 상기시켰다.
SCMP는 “현재로서는 중국과 미국이 이 사건으로 또다시 대립하는 국면을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지난해 2월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으로 도피해 망명을 신청했을 때 미국 측은 왕의 신병을 중국 측에 넘겨줬다. 그 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산둥성에 가택연금 중이던 천광청 변호사가 베이징에 있는 주중 미 대사관에 들어간 뒤에는 천 변호사의 미국행으로 사건이 수습됐다.
스노든 사건은 유럽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EU는 1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대서양 양안 간 각료회의에서 미국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음주 독일을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러시아까지 나서 스노든이 자국으로 망명해 올 경우 이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과 출입기자들 사이에 날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기자가 “카니, 당신은 대통령이 스노든 폭로에 대해 토론을 환영한다고 했지만 폭로 당사자는 기소될 예정인데 (이는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카니 대변인이 임기응변으로 지나가려하다 반박을 당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원교 특파원